봄나물을 먹었네
무쳐먹었네
봄나물을 먹었네
데쳐먹었네
그냥 나물인줄만 알고 먹었네

삽작 밖으로 달려오는 부지깽이 어매와
고샅 돌아 삽작 멀리 도망가던 내가
울컥,
목구멍에서 만났네

어매가 던진 부지깽이 끄트머리엔
숙제 안하고 놀기만 하는
큰아들을 향한 애증이 박혀있었네
숯처럼 까맣게 탔을 젊은 어매

그런데, 어매!
어매는 내가 부지깽이 들고 먹고 살줄
어떻게 알았니껴?



<감상> 부지깽이 나물을 먹으면 부지깽이를 들고 달려오는 어머니가 보이네. 부지깽이는 아궁이에 불을 잘 지피기 위해 공기를 환대하는 나무의 후생이었네. 마치 불의 공책에다 쓰는 연필처럼 점점 길이가 짧아졌네. 장남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어머니는 부지깽이처럼 속이 까맣게 탔을 것이네. 어머니는 일찌감치 아들의 전생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네. 자신의 몸을 태우던 부지깽이의 격정이 어매와 나의 목구멍에 걸려있네. 시인이자 화가의 마음은 연기 흐름을 닮아 불처럼 타고 있네. 부지깽이로 부치지 못할 시를 쓰거나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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