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 은상
비대면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적하고 쓸쓸해진 도시의 밤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과의 소소한 만남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3년째 외손녀를 돌봐주고 있느라 새벽잠을 쫓아가며 쓴 글이 수상이라는 기쁨으로 돌아와서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짤막한 시만 쓰다가 소설을 쓴다는 건 긴 노동을 자처하는 일이었습니다. 나를 감싸온 시간을 풀어내어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쓴 글이 나를 떠나 누군가에게 발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가로등 아래서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더듬이 잘린 날벌레의 기억 안을 맴돌고 싶습니다. 흐른 시간을 거꾸로 돌려 기억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다면 그 어떤 존재에게도 묵직한 슬픔의 무게는 만져질 것입니다.
나만의 시간과 평소 해 보고 싶은 게 뭐였는지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무디어지지 말자고 스스로를 격려해 봅니다. 잠시이겠지만, 쫓아낸 새벽잠을 불러들여 아늑하게 단잠에 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