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그녀는 반지하에 살고 있다
장마철이면 상형문자의 곰팡이가
우울의 문장을 쓴다
냄새가 몸에 끈적끈적 들러붙어도
무더위에는 반지하가 최고라고 위로한다


창살 사이로 햇살은 벽의 반을
데우다가 힘없이 사라진다
그녀의 목소리는 세상에 온전히 닿지 않고
계단은 반만 밝은 사각지대다
지상을 향한 계단은 위에 있는 자들의
몫이라고 체념하다가도 눈과 귀는
창을 두드리며 대화를 시도한다


그녀가 사는 공간은 어둡고 퀴퀴한
냄새로 얼룩져 있다
지금도 그녀는 반지하 계단을 오르고 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일 층이라고
온전한 봄 햇살을 받을 수 있다고
누구에게는 평범한 시작이
생의 끝날까지 닿아야 할 목적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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