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푸른 도마뱀이 날마다 허물을 벗는

제주 바다에 저녁노을 몇 점이 앉아있다.

평생 바다의 뿌리를 캐고 껍질을 벗기며

더러는 물안경에 서린 세월을 꺼내 닦는다.

햇살처럼 손끝에 머문 자식을 어루만질 때,

익숙한 손놀림에도 팅 하고 튕겨 나가는 햇살 한 움큼

이제 기다림과 그리움마저도 더는 자라지 않는다.

자고 나면 몇 겹의 물굽이가 수만 개의 푸른 날을 세우고

파도의 거센 힘줄로 옭아 매인 할망* 해녀의 삶은 고단하다.

구멍새 숭숭한 삶, 살갗마저 현무암 닮아가는 거칠어진 노년은

나날이 썰물 지고 굽어져 가는 허리만 맥없이 두드려본다.

오래된 습관처럼 어제도 오늘도 계속되는 물질이지만

그나마 소라 전복에 남아있던 작은 온기마저 식어가고

지중해 날씨처럼 온화했던 이웃들도 태풍에 하나둘 떠났다.

빈집 태왁 박새기* 마냥 덩그러니 버려진 듯 남았다.

나날이 지워지는 지문과 노랫가락으로 안간힘 써보지만

온몸 등허리까지 저녁노을이 붉게 붉게 물들었다.

화석처럼 굳어진 허리 잠시 펴고 고개 들 때면

뭍에서 불어온 바람이 바닷새 울음에 찍 묻어난다.

평생 마르지 않는 젖은 가슴을 털어내는 저녁노을

그 밝던 눈도 바닷속과 함께 침침해져 가고 있다.



*할망:‘할머니’를 말하는 제주 방언.

*테왁 박새기: 해녀가 물질을 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이 뜨게 하는 공 모양의 기구로 제주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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