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사 유가족·동료 '인재' 주장…사업소 "경찰 조사 중"

지난달 28일 대구 달성군 가창댐에서 취수구가 열린 상태로 취수탑 안전진단을 벌인 A(45)씨가 취수구로 빨려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A씨와 사고 당시 작업을 함께한 잠수사 B(41)씨가 취수탑 안전진단을 위해 잠수하고 있는 모습. 유가족 제공.

지난달 가창댐에서 숨진 잠수사의 유가족과 동료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 전형적인 인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28일 오전 9시 30분께 대구 달성군 가창댐 취수탑에서 취수탑 안전진단을 벌이던 잠수사 A(45)씨가 취수구에 빨려 들어가 숨졌다.

A씨가 소속된 수중 안전진단 전문업체 C(51) 부장은 5일 경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작업에 앞서 취수관을 닫아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취수관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될 경우 다이버가 빨려 들어갈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원청업체 직원에게 제기했지만, 원청업체 직원은 ‘감독관이 취수구는 상시 개방해야 하니 닫을 수 없다. 조심해서 진행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강조했다.

사고 당시 A씨와 함께 안전진단 작업을 한 잠수사 B(41)씨 역시 “A씨의 사고는 완벽한 인재”라며 “취수구로 잠수사가 빨려 들어갈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안전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개방된 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서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A씨가 취수구에 빨려 들어간 시간은 오전 10시 40∼50분께로 추정된다. A씨가 빨려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B씨는 A씨를 구조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수면으로 올라와 ‘취수구를 닫아 달라’고 요구했다. 소방에 해당 사고가 접수된 시간은 오전 11시 1분이다.

하지만 밸브 형태의 수동으로 여닫는 사고 현장 취수구는 닫히지 않았다. 결국 30분 뒤인 오전 11시 30분께 사고 취수탑과 연결되는 파동 정수장의 취수구가 닫혔다. 파동 정수장의 취수구는 자동조작으로 취수구 문을 여닫는데 2∼3분이 걸렸다.

B씨는 “수동으로 닫는 취수구가 사고 현장에서는 닫히지 않았다”며 “수동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으며 소란스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여기에 취수관으로 빨려 들어갈 당시 A씨의 산소탱크 농도는 ‘70’ 정도 남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28일 대구 달성군 가창댐에서 취수구가 열린 상태로 취수탑 안전진단을 벌인 A(45)씨가 취수구로 빨려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A(왼쪽)씨가 잠수장비를 착용한 모습. 유가족 제공
지난달 28일 대구 달성군 가창댐에서 취수구가 열린 상태로 취수탑 안전진단을 벌인 A(45)씨가 취수구로 빨려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A(왼쪽)씨가 잠수장비를 착용한 모습. 유가족 제공

수심 11m라면 20분은 족히 버틸 수 있는 농도이며 결국 취수구만 제때 닫혔어도 살아 돌아왔을 거라고 덧붙였다.

작업 당시 건네받은 설계도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B씨는 “도면상 취수구의 지름은 60㎝였지만 실제 취수구의 입구 부분은 훨씬 큰 1m는 족히 돼 보였다”며 “산소통을 맨 A씨의 몸이 그대로 발목까지 빨려들어 갔다”고 말했다.

특히 A씨를 포함해 전문잠수사로 구성된 하청업체 관계자 3명 모두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와 원청업체의 안전관련회의에도 참석 못 했다고 입을 모았다.
 

A씨가 안전점검을 벌인 취수탑 단면도. A씨는 제2취수구에 빨려들어가 관로가 꺽이는 부분에서 발견됐다.

하청업체 관계자가 가창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30분. 댐 관계자와 원청업체 모두 현장에 없어 먼저 보트를 펴고 장비를 점검하는 등 준비 작업을 벌였다.

이후 9시 30분께 원청업체 직원이 상수도사업본부와 업무관련 회의를 모두 마치고 왔다.

정작 직접 물속에 들어가는 작업자들은 현장 상황에 대해 논의하지도 못했고 A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사고가 발생한 가창정수사업소는 취수구 개폐 여부 등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경철 가창정수사업소장은 “취수구 관로는 지름 60㎝가 맞다”며 “취수구 입구 지름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1m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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