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
김종한 수필가

“남몰래 지는 꽃이 너무도 서러워 떨어지는 잎 새마다 깊은 사연 서리네. 따스한 어느 봄날 곱게도 태어나서 애꿎은 비바람에 소리 없이 지는구나 아! 지는 꽃도 한 떨기 꽃이기에 웃으며 너는 가느냐?” 묵은 유행가 이름 없는 풀 ‘무명초’ 1절 가사다. 애처롭고 구슬픈 무명초 노래가 코로나 시대 전 세계 일백 십만 명의 사망자 피눈물의 악몽을 대변한다.

매일 우리나라는 개인별로, 외국은 단체로 하늘나라 행렬 코로나 사망자 보도 눈시울 적신다. 남은 자가 소홀하여 먼저 보내드려 엎드려 사죄하고 조의를 표한다. 인간도 갈 때는 직장직위 계급장, 사회가정 직함 떼고 이름 말소신고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맨몸동아리로 돌아가 모두 내려놓고 단돈 백 원짜리 동전 3개입에 물고 하늘나라로 간다.

3억 경쟁을 뚫고 어렵고 곱게 태어나서 예기치 않은 애꿎은 비바람 ‘코로나19’에 억울하게 희생되니 억장이 무너진다. 울고 또 울고 눈이 붓도록 울어대니 기가 차서 코가 막혀 웃으며 한세상 하직이다. ‘고달픈 병든 삶이 너무나 애처로워 마른 가슴 적시네’무명초 2절 가사가 우리를 울리고 세계가 울음바다를 만드네!

내 평생 살다가 코로나 세상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안 했다. 학교 문 닫고 교회, 성당, 절간 가서 기도 하는 신의 전당도 폐쇄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 종횡무진으로 지구촌을 휩쓸고 누빈다. 누구 하나 통제 불능이다. 방역의 최선두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이 잡듯이 하여 툭 하면 통행금지하는 유령국가 대열에는 빠졌다. 천만다행이다.

교만과 방심은 금물 우리나라처럼 실시간 코로나 방송 잘한다. 방역 수칙 지키라는 문자 보내고 확진자 동선 알려 바이러스 발 못 부치게 열심히 알린다. 방역당국에 순종하고 따르는 국민이기에 폭동 일어나고 상점 강탈하는 아수라장 외국과는 딴판이다. 지난 2월 대구 코로나 대확산에도 사재기 파동 동요 없이 차분한 대구시민 처신과 태도에 세계가 감동 먹었다.

코로나 차단에 전국에서 의료진 봉사자가 몰려와 ‘대구경북 힘내라’고 외쳤다. 새내기 간호장교도 임관하자마자 대구로 달려왔다. 의사 출신 정치인도 대구를 두 번 오셔서 생지옥 현장에 몸을 던졌다. 전국 소방서 구급대원 총출동 40여일 도시락 먹고 새우잠 자며 희생봉사가 대구경북을 살렸다. 전국팔도에서 내 가족 집안처럼 환자를 보살피고 치료해주신 은혜 잊을 수가 없다.

세계인은 모두가 아담과 이브의 한 핏줄이다. 한국에 사는 내외국인 모두 대한민국의 형제자매다. 인종·국경 물문이다. 한 시대에 살면 같은 공동운명체로 돕고 위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사회적 동물 본분이다. 코로나 마귀에 무명초처럼 살다가 가신 선배 어르신께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 코로나 없는 하늘나라에 못다 한 생을 두 배 세배로 누리기를 바라며 무명초 노래로 서러움 달랜다.

11월은 천국 문이 활짝 열리는 위령성월이다. 성모당 동편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성직자 묘역에 위령기도 줄 선다. 졸지에 코로나로 엄청난 사망자 추모기도 함께하자. 십 년 전 이맘때 가톨릭 신자인 사촌 형이 암 투병으로 고인이 되었다. 너무 아파 울다 지쳐 웃으면서 영면했다. 무명초 되어 울음이 말라 웃으며 하늘나라 갔다. 언젠가 너도나도 가겠지 생각하니 눈물 인사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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