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감상> 손톱으로 퉁기면 소리가 날 것 같은 가을 하늘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우리의 영혼이 맑아질 것 같다. 그립고 고운 사람의 얼굴이 그리워진다.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그만큼 자연은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단풍이 지쳐 잎을 다 떨어뜨리고 눈이 오고, 또 봄이 와서 초록으로 물들 것이다. 자연은 변함없이 순환하지만, 우리의 삶은 참 덧없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다 죽은 후엔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살아 있을 동안 한 빛깔의 초록으로 만나거나, 단풍으로 물들며 만나고 싶은 계절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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