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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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 유신헌법에 따라 간접선거로 제 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전국의 11개 기표소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2359명 전원이 선거에 참가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국민 주권의 수임기관 역할을 하는 조직체였다. 단독후보로 입후보한 박정희 후보가 2357표를 얻어 선출됐다. 무효표 단 두 표를 제외한 독식이었다.

‘체육관선거’로 불리는 대의원 대통령 간접선거는 이후 1981년 12대 대선 때까지 다섯 번 치러졌다. 11대 대통령 선거에는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 상임위원장이 단독 출마해 대의원 2525명의 투표에서 단 한 표의 무효표를 뺀 2524표를 쓸어 대통령이 됐다.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 때부터 지금처럼 직접선거를 치르기 시작했다. 13대 대통령 선거는 김영삼과 김대중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 노태우, 김종필과 4파전을 벌였다. 결과는 노태우 당선이었다.

유신시대 ‘체육관선거’ 방식은 아니지만 미국의 대통령 선거도 일종의 간접선거다. 직접 투표를 통해 최다 득표한 후보가 해당 주에 할당 된 일정 숫자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다. 이 승자독식제는 오랜 미국적 전통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독립 당시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던 미국 실정이 반영된 제도다. 승자가 선거인단 표를 독식하는 형식 역시 독립 초기 각 주가 연방정부에 자율적 힘을 실어주기 위해 채택한 방식이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미국 대선 투표가 끝났다. 하지만 일반인 투표로 뽑힌 선거인단 538명이 12월 14일 투표해야 선거가 완결된다. 선거인단 당선자들은 주 수도에 모여 투표하고 그 결과를 워싱턴 DC에 통보하게 돼 있다. 1787년 필라델피아 제헌의회에서 만들어진 이 낡은 제도를 바꾸자는 주장이 적지 않았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박빙의 승부를 보여 준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이 독특한 승자독식제 선거 방식이 관심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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