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속에 살아 숨 쉬는 자연의 보고
빨갛고 노란 단풍옷 입은 알록달록 가을 숲의 향연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다양한 대안 여행지들이 발굴되고 있다. 그간 유명관광지에 편중된 여행수요가 분산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안전한 여행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가을도 깊어져 산천에 붉은 단풍도 지친 ‘만추(滿秋)’의 계절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오래 아름다운 꽃이 없다고 했지만 가을 단풍도 오래 가지 못하고 쉬 진다.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만나는 만산홍엽이 코로나블루를 치유하는 신약이 될 것이다. 그 대표적인 관광지가 떼 묻지 않은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백두대간의 중심, 봉화군이다. 봉화에는 1000m를 웃도는 고산준령이 이어져 경북 제일의 산악지대다. 한반도 생태계의 핵심축인 백두대간의 자생식물을 보존하고, 고산식물에 대한 수집과 연구를 목적으로 조성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코로나19 이후 각광 받는 관광지다. 이번 주말에는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찾아 수목원의 백두산호랑이처럼 뒷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거닐어보면 좋을 것이다. 사진은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우리나라의 등줄기로 꼽히는 백두대간. 그 중심에 봉화군이 있다.

이런 이유로 봉화에는 1000m를 웃도는 고산준령이 산재해 경상북도 제일의 산악지대를 이룬다.

약 1400㎞에 이르는 한반도 생태계의 핵심축인 백두대간의 자생식물을 보존하고 고산식물에 대한 수집과 연구를 주목적으로 태어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코로나19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각광 받는 관광지가 됐다.

206㏊(약 62만평)이 넘는 전시원에는 다양한 우리나라의 자생식물들이 있고 한반도의 최상위 포식자인 ‘백두산 호랑이’가 호랑이 숲에 살고 있어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어린 아이와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가족들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이다.
 

호랑이 활동 사진

△ 호랑이 숲

1900년 무렵까지도 한반도에서 볼 수 있었던 호랑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1920년대 이후 약 100년간 남한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기구한 역사를 가진 시베리아호랑이(백두산호랑이)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곳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호랑이 숲이다.

백두산호랑이의 명맥을 이어가는 호랑이 숲은 축구장 7개 크기(4.8㏊)의 넓은 방사장에서 5마리가 살고 있다.

다만, 최장수 호랑이인 두만이를 비롯해 한청과 우리, 그리고 작년 4월에 들어온 신입 한과 도가 살고 있다. 현재 장수호랑이 두만과 환경적응 중인 한과 도는 특별관리 중이다.

호랑이 숲이 다른 동물 사육장과 다른 점은 내부에 호랑이가 들어가 쉴 수 있는 쉼터가 많다는 것이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동굴에서 사는 호랑이의 습성을 고려했다고 한다.

숲 중앙에는 넓은 연못이 조성됐는데, 이것 또한 물을 좋아하는 호랑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이처럼 호랑이 입장에서 설계된 호랑이 숲을 처음 찾는 방문객들은 호랑이를 쉽게 볼 수 없어 간혹 실망을 한다.

그러나 호랑이를 위해 조성된 호랑이 숲을 이해한다면 호랑이의 본성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호랑이 숲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알파인하우스

△ 알파인하우스&암석원

식물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시원한 곳을 만들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백두산, 히말라야산맥과 같은 고산지대에 사는 식물들은 혹독한 겨울과 선선한 여름 날씨에 적응한 생물이다.

이 식물들을 낮은 고도에서 키우면 여름의 높은 온도로 인해 식물 자체가 녹아버리거나 생육이 불량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런 고산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지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로 서식처가 줄어드는 국내외 고산식물을 보존하고 연구하기 위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특별한 장소를 만들었다. 바로 알파인하우스와 암석원이다.

알파인하우스는 유리로 덮인 피라미드처럼 생겼다. 유리로 덮여 있어 온실처럼 생겼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싼다.

총 3동의 냉실로 구성된 알파인하우스는 아시아 전역에 서식하는 고산식물들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북미와 아프리카 등의 다른 대륙에서도 식물들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런 전문적인 ‘냉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볼 수 있다.

암석원

알파인하우스가 식물을 위해 적극적으로 더위를 막는 전시원이라고 한다면, 암석원은 야외에서 냉실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단순히 암석원이 거대한 기암괴석들을 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암석원에 쌓여진 거대한 암석들 사이로 바람이 유입되면 햇빛에 달구어진 바위로부터 열을 빼앗으며 외부로 나간다.

열을 빼앗긴 돌은 뜨거운 여름에도 차가운 온도를 유지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바위사이에 사는 고산식물도 시원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암석원에서는 둥근잎꿩의비름, 가는잎향유와 같은 우리나라의 귀한 자생식물들을 볼 수 있다.
 

시드볼트

△식물판 노아의 방주 ‘시드볼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으뜸 자랑거리는 ‘시드볼트’다.

종자를 영구 저장하는 전문 시설은 세계에 두 곳뿐이다.

하나는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이고 나머지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다.

북극점에서 1300㎞ 떨어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식량식물의 종자를 저장하는 반면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야생식물종자를 중점적으로 저장한다.

특히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종자 영구저장을 위한 시드볼트 뿐만 아니라 종자의 활용을 위한 시드뱅크(종자은행)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종자의 안전한 저장을 위한 다양한 연구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종자 저장기능의 시드볼트만 보유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와는 차별성이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4327㎡ 규모의 시드볼트가 지하 46m에 조성돼 있다. 시드볼트가 자리 잡은 봉화는 조선시대 정감록에 언급된 십승지 가운데 두 번째로 꼽히는 곳이며 조선시대 실록을 보관하고 있는 ‘태백산 사고’도 인근에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인된 지역에 지어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전쟁, 핵폭발과 같은 지구 대재앙으로부터 식물유전자원 보전을 위해 60㎝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규모 6.9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되어 있다.

종자의 안전한 영구 저장을 위해 영하 20℃로 습도 40%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말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돼 시설 보안이 강화됐다.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에는 현재 최대 200만종까지 저장할 수 있으며, 10월말 현재 54개 기관이 4049종 7만2201점을 기탁해 보관중이다.

이달 말 2020년 마지막 종자 입고가 예정돼 있다.
 

단풍식물원

△ 가을단풍

산이 많고 내륙에 위치한 봉화군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기로 유명하다.

밤낮 기온차가 심해 이파리의 엽록소가 빨리 파괴되고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졌던 노란색, 빨간 색소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기후적인 장점으로 10월 중순이 되면 수목원의 모든 길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뒤덮힌다.

마치 흰색 페인트를 칠해 놓은 것과 같은 자작나무 군락이 문수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 식물의 꽃이 아닌 수피만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단풍나무원은 국내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속 나무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개량된 단풍나무 품종을 모아둔 곳이다.

자작나무원

자작나무 군락처럼 거대한 대경관을 감상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색의 단풍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무척 매력적이다.

수목원의 화려한 단풍이 지면 수목원을 둘러싸고 있는 각화산, 문수산에 있는 낙엽송(일본잎갈나무)의 단풍이 백미이다.

낙엽송의 정식 명칭은 일본잎갈나무인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되살리기 위해 빨리 자라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 할 수 있는 낙엽송을 일본에서 들여와 심기 시작했다.

11월이 되면 샛노랗게 지는 낙엽송 군락은 우리나라의 등산객들을 유혹하기 충분하다.
 

봉자페스티벌 풍경

△ 봉자페스티벌

국내 최초로 자생식물을 테마로 한 꽃 축제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자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축제의 이름인 ‘봉자’는 수목원이 위치한 ‘봉화군’과 축제의 메인 테마인 ‘자생식물’을 혼합한 것으로, 축제의 성격과 목적을 축제명을 통해 한눈에 파악 할 수 있다.

봉자페스티벌 풍경

수목원은 봉자페스티벌을 1년에 여름과 가을 2회 개최하고 있다.

여름에는 털부처꽃과 긴산꼬리풀을 주요 식물로 선정하고 약 5700평 면적의 부지에 집중적으로 식재해 여름철 수목원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핑크빛 풍경을 선사한다.

가을에는 구절초, 산국과 같은 일명 들국화들을 수목원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관계자는 “축제를 찾는 관광객을 통해 봉화지역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연구와 더불어 문화·휴양 공간으로써 국민들에게 최고의 힐링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문산 기자
박문산 기자 parkms@kyongbuk.com

봉화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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