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 칼럼니스트
김동완 칼럼니스트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의 얼터너티브팝, 뉴웨이브로 불리지만 어느 장르에 가둘 수 없는 독특한 매력으로 전세계 음악팬을 사로잡고 있다. 동영상 조회 수가 2억 뷰가 넘었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 중 한 대목이다. 토끼를 찾으러 절벽을 힘겹게 오른 별주부(자라)가 마침내 토끼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토생원’하고 부른다는 게 발음이 새 ‘호생원’이라고 불렀다. 깊은 산중에 있던 호랑이가 자신을 생원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좋아서 산을 내려오는 대목이다.

‘수궁가’의 뿌리는 ‘삼국사기’의 ‘귀토지설(龜兎之說)’이다. 김춘추가 고구려에 사신으로 갔다가 도망쳐 나올 때 고구려의 선도해에게 뇌물을 주고 얻은 비법이다. 귀토지설에서 탈출의 실마리를 잡은 김춘추는 신라로 돌아와 삼국통일의 기반을 구축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조선의 판소리에서 주인공을 거북이에서 자라로 바꿨다. 토끼는 꾀 많은 짐승으로, 거북은 어리석은 짐승의 상징으로 묘사됐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 트럼프는 선거부정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의 한 경찰서장은 ‘민주당원에게 죽음을’이라며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로 국제 사회를 한동안 혼란에 빠질 게 틀림없다. 아울러 미국의 민주주의도 상당히 퇴보할 것이다.

CNN 대표 앵커 앤더슨 쿠퍼가 기자회견에 나선 트럼프를 향해 “살찐 거북이가 뒤집어 진 채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발버둥 치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어리석구나 거북아! 간 없이 살 수 있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용궁에서 벗어나 육지에 올라 자유의 몸이 된 토끼가 거북이에게 한 말이다. 토끼는 떠나고 거북이의 역할도 끝났다. 이미 떠나간 토끼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 ‘살찐 거북이’가 돌아갈 자리는 ‘용궁’밖에 없다. 까탈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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