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어긋나게 대기업은 피해가고 중소·중견기업 막대한 피해”

정부와 여당이 대기업의 지배구조개선과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견제하고, 소액주주에 대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스닥협회(회장 정재송)는 9일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시가총액이 낮은 중소기업들은 경쟁업체들이 적은 금액으로 고의적·악의적인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심각한 경영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특히 “최근 실적 부진과 만성적인 인력난 등에 시달리는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소송 리스크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지방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는 상법개정안을 개정 또는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지분율 50% 이상)의 이사를 대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는 제도로, 상법 개정안에서는 상장회사의 경우 ‘모회사 지분의 0.01% 및 6개월 이상 보유(비상장회사는 모회사 지분의 1%)라는 조건만 만족하면 소 제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기업 총 1,369개사(외국기업 및 SPAC 제외) 중 코스닥기업 820개사가 평균 3.5개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 경기도에는 전체 코스닥기업의 35.5%인 486개사 몰려있고, 대구에도 34개사(2.5%), 경남·북에는 86개사(6.3%)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코스닥기업 중 자회사를 보유한 회사는 총 219개사로 조사됐으며, 2018년~2020년 동안 이들 219개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 건수는 181건(공시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시가총액 3000억 원 미만이 84%나 차지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들은 최소 200여만 원 상당의 주식만 보유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소송 리스크는 평균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취지에 맞게 적용되려면 대기업에게 적용해야 하는데, 대기업은 대부분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므로 다중대표소송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중소·중견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코스닥협회의 설명이다.

특히 지역경제를 이끄는 지방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소송에 휘말려 기업경영이 위축되면 기업의 투자 위축·경영악화·일자리 감소·지역경제 부진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역 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도 크다.

정부·여당이 도입을 추진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영국·독일·프랑스 등에서는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들의 경영위축을 우려해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한 미국과 일본도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등 제한된 경우에만 소 제기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정재송 회장은 “현행 상법에서 주주대표소송을 통해서도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에 반대한다”면서 “만일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100% 지분 보유 또는 기업규모(자산 2조원 이상)를 고려해 도입해야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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