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연구위원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연구위원

일본을 뜨겁게 달구었을 뿐만 아니라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대구경북에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오사카 통합, 이른바 오사카도구상(大阪都構想)에 대한 주민투표가 지난 1일 끝이 났다. 결과는 찬성 675,829표(49.4%), 반대 692,996표(50.6%)로 17,167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다.

오사카시민들은 오사카시를 폐지하고 4개의 특별구로 전환하는 것보다 오사카시 존속을 선택한 것이다. 주민투표 결과 발표 이후 일본 현지 언론들은 반대표가 더 많았던 가장 큰 이유로 오사카시 폐지·특별구 설치라는 오사카도구상에 대한 오사카시민들의 불안을 꼽았다. 오사카도구상은 이중행정 해소라는 점을 강조하였으나, 우리나라의 광역시와 유사한 지정도시(政令指定都市)인 오사카시의 권한과 재원이 오사카부(大阪府)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통합반대파의 주장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으며, 지정도시 오사카시가 폐지된다고 하는 시민들의 근본적인 불안을 불식시키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주민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2023년 4월까지인 시장임기 만료 후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지사는 자신의 거취를 임기만료 이전에 밝히겠다고 언급한 후 오사카도구상 재도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사카도구상은 부결되었으나 지사와 시장을 중심으로 한 두 광역자치단체 간 오사카 개혁 움직임은 높이 평가되었다. 또한, 이번 주민투표는 도부현(道府縣)이라는 광역자치단체의 이중행정과 취약한 재정기반 등 구조적 문제를 부각 시켜준 사례로 향후 오사카부와 오사카시가 더욱 협력하여 공동발전을 추구해 나간다면 오사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그동안 부와 시는 오사카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함께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25년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 유치, 철도·고속도로를 비롯한 도시 인프라 사업화 추진, 성장전략 공동 수립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주민투표 결과 오사카도구상이 부결로 끝이 나자 오사카부지사와 오사카시장은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 일 지난 지금, 부와 시는 다시금 통합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광역행정일원화 조례가 바로 그것이다. 요시무라 지사와 마츠이 시장은 내년 2월 각각 의회 제출을 목표로 현재 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광역행정일원화 조례는 그동안 부와 시 쌍방이 담당해 왔던 성장전략, 대학, 항만 등 광역사무를 시는 모두 부에 위탁하고, 그 해당 재원도 부로 이양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현재 부가 시행하고 있는 사립유치원 설치인가, 여권 교부 등 주민 밀착형 사무는 시로 이관하게 된다. 이는 오사카시 존속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광역행정 오사카부 일원화를 통한 이중행정 해소, 주민 밀착형 서비스 강화라는 오사카도구상과 매우 유사하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찬성과 반대 차이가 매우 근소하였으므로 이중행정 해소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매우 큼이 확인되었다는 점을 부와 시는 강조하고 있다.

또한 마츠이 시장은 종합구제도 추진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합구제도는 오사카시를 존속하되 현행 24개 행정구를 8개의 종합구로 재편하여 구청장 권한 강화, 주민 서비스 확충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주민투표 없이 시의회의 조례안 가결만으로 실현 가능하다. 포스트 주민투표,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는 오사카 통합을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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