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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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2009년 ‘특수활동비 스캔들’이 터졌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정부로부터 받은 646명의 특활비 청구 내용 사본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의원들이 쓴 사용 내역을 봤더니 가지가지였다.

집권당 내무부 장관 재키 스미스는 대형 TV, 욕조 물마개 등 별장에 사용하는 집기는 물론 그의 남편이 시청한 유료 포르노 영화 요금 등 15만 유로(약 1억 8200만 원)를 쓴 것이 드러났다. 보수당의 더글러스 호그 의원은 시골 별장 주변 청소비, 피아노 조율비, 토스터 구입, 쓰레기 봉투값 등에 2500파운드(약 430만 원)를 썼다. 이 외에도 당시 스캔들에는 하원 646명 중 325명이 위법한 사용이 드러나 국민 속을 뒤집어 놓았다. 결국 마이크 마틴 하원의장이 사임하고, 스미스 내무부 장관을 비롯한 4명의 장관도 옷을 벗었다. 고든 브라운 총리까지 사퇴 압력을 받았다.

특활비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대검찰청의 특활비가 윤석열 총장의 주머니 돈’이라는 지적에 맞장구를 치며 대검찰청 감찰부에 “검찰 부서별 특활비 지급·배정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9일 대검찰청을 직접 방문해 법무부와 검찰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점검 했다. 하지만 여당은 자료 제출 부실을 윤 총장 탓으로 돌렸고, 야당은 추 장관이 제대로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각을 세웠다. 결국 아무 실익 없이 현장검증이 끝났다. 이런 추 장관발 특활비 논란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 장관이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권 때도 논란이 됐던 특활비는 이렇게 여야가 검증 시늉만 내고 그냥 덮을 일이 아니다. 주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국정조사나 특위를 만들어 정부 전체의 구린내 나는 특활비를 검증하고 제도를 투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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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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