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국회의원
김병욱 국회의원

국방부가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 사격장에서 16일로 예정된 주한 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포항시와 장기면 주민에게 협의와 설명도 없이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동안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은 경기도 포천의 영평사격장에서 실시했다.

하지만 포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2018년 중단됐고, 대체부지를 찾던 군 당국은 포항시 장기면으로 눈을 돌렸다.

결국 지난 2월 사격장 주변 주민들과의 사전협의는 물론 훈련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사격훈련을 강행했다.

수성사격장은 지난 1965년에 조성돼 해병 1사단과 해군 6전단 사격훈련과 방산업체의 제품 성능 시험장으로 사용했다.

포항시민·장기면민은 사격장이 들어선 이후 55년 동안 국민과 국가를 수호하는 군의 중차대한 임무를 고려하여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고 희생해왔다.

하지만 그 희생의 결과가 ‘주야를 가리지 않는 40일간의 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이라니, 그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일반 사격도 아닌 엄청난 굉음을 내는 아파치 헬기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먼저 구하는 것이 순서다.

지난해 11월 제정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방부는 군사격장 소음영향도를 조사하고 소음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쾌적하고 건강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27일 이 법률이 시행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난 2월부터 헬기 사격을 강행, 법이 시행되면 과정이 복잡해지니 서둘러 강수를 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을 보호하는 군이 정작 주민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는 고려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다.

국가와 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장기면 주민들의 헌신과 노고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비정상적인 조치는 없었을 것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북한 눈치를 보느라 3대 한·미 연합훈련을 없앴고, 지난 3년간 한 차례의 제병(諸兵)협동훈련도 하지 않았다.

북한군 전차 대응 전력인 아파치 헬기 훈련장을 포천에서 포항으로 옮기려는 것도 결국 접경지역을 벗어나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북한 눈치보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 국방부는 어느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한미동맹과 국가안보 문제’를 언급하며 포항에서의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의 불가피성만 이야기할 뿐 ‘한미동맹을 위한 희생’이 왜 포항시민에게만 강요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포항시 장기면이 사격훈련의 고통을 감내한 시간에 대해서는 어떠한 존중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그마치 55년이다.

그동안 많은 지역 주민이 떠나면서 지역은 점점 쇠퇴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발전은 물론 주민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헬기 사격훈련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지난 4일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직접 포항을 방문했지만 “훈련 중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주민과의 간담회는 10여 분 만에 무산됐다.

이대로 훈련을 강행한다면 격앙된 주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운 만큼 우선 훈련부터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국방부는 이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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