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태양빛 물든 명산 장관…옛 향수 가득한 추억 여행 출발

이 시대를 마스크를 쓴 인간 ‘호모마스쿠스 시대’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감염병을 막기 위해 ‘탈’을 쓰고 다닌다. ‘마스크(mask)’우리 말이 ‘탈’이어서 하는 말이다. 우리 민속에는 ‘처용무’처럼 탈을 쓰고 역신을 쫓는 무용이 있고 놀이가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다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마스크는 늘 쓰고 다녀야 하는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잘 지키면서 깊은 가을의 정취를 느껴 보는 여유쯤은 부려도 될 것이다. 이번 주말은 영남 최고의 명산으로 불리는 구미의 금오산 자락을 거닐어 보면 어떨까. 전국 사진작가들이 찾는 무을면 연악산 연도에 장관을 이룬 단풍길 산책도 좋을 것이다. 사진은 대혜폭포 전경.
구미는 국내 최대 내륙 산업 공단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남 최고의 명산인 금오산을 비롯해 야은 길재 선생으로부터 시작한 조선 성리학의 본산인 선산, 임진왜란을 이겨낸 인동의 천생산 등 자연과 역사가 숨겨진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가을이면 전국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아오는 무을면 연악산 인도에 펼쳐진 단풍길 산책을 통해 바쁜 일상으로 인해 지친 도시인들이 평온한 마음의 안식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금오산 정상
△금오산

금오산이라는 명칭은 삼국시대의 승려 아도(阿道)가 저녁 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이라 이름 지은 것에 유래한다. 태양의 정기를 받은 명산이라고 일컬어졌다.

인동 방면에서 금오산을 보면 능선이 흡사 사람 얼굴처럼 보이기 때문에 누워있는 부처에 빗대 금오산 와불(臥佛)이라고도 한다. 신라 말기 도선대사도 금오산의 와불을 보고서 장차 왕(王)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시대 무학(無學)대사도 이 산을 보고 왕기가 서렸다고 했다.

예부터 경북 8경으로도 손꼽힌 산으로 기암절벽과 울창한 산림의 조화로 경관이 수려하다.

산세가 특이한 편인데 정상 인근에 고원 분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해발 800 m 지점에 ‘성안마을’이라는 촌락이 형성돼 심지어 해방을 전후해서 10여 가구가 살았다 한다. 반면 분지 아래 쪽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산세가 가파르다.

가장 높은 봉은 현월봉으로 정상에 오르면 북동쪽으로 구미시내, 낙동강이 보이며 동쪽으로 구미공단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 부근에 길이 2㎞의 금오산성이 있고 암벽 밑으로 벼랑 끝에 지지대를 세워 만든 약사암이라는 사찰이 있다.

북쪽 계곡의 중턱에는 도선굴이 있고 북서쪽의 거대한 암벽에는 보물 제490호 금오산 마애보살입상이 조각돼 있다.

해발 400 m 지점에는 높이 27 m 대혜폭포(일명 명금폭포)가 있어 시원하게 물이 떨어진다. 옛날에는 이 고장의 관개에 있어서 유일한 수자원이었다고 한다.
금오산 채미정.
북쪽 기슭에는 고려의 삼은 중 야은 길재 선생을 기리고자 조선 영조 때 지었다는 채미정(採薇亭)이 있다. ‘채미’는 고사리를 캔다는 뜻으로 길재 선생이 고려 왕조에 절의를 지킨 것을 은나라의 충신 백이 숙제 형제가 고사리를 캐던 고사에 비유하여 명명한 것이다.

구미시의 대표적인 진산으로 금오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데 크게 등산로가 4곳으로 돼 있다. 첫 번째는 가장 대표적인 등산로로 주차장, 금오랜드, 케이블카가 있는 곳으로 해운사 방면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2번째는 법성사에서 올라가는 등산로, 3번째는 북삼고등학교에서 올라가는 등산로, 4번째는 지경마을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다.
천생산성.
△천생산성 둘레길

구미 장천면과 인동동을 잇는 천생산(해발 407m)은 자연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한국의 ‘테이블 마운틴’이라 불린다.

한문 이름 천생산(天生山) 그대로 하늘이 내려보낸 산이다.

천생산성은 서쪽 천연절벽을 방어시설로 활용하고 반대편 동쪽 경사면에만 성곽을 쌓은 형태로 신라시조 박혁거세가 처음 쌓았다고 전해진다.
천생산에서 바라본 금오산,
1.2㎞의 천생산성 둘레길은 쉼터와 조망터가 잘 갖춰져 부담 없이 걷기 좋고 쉬어가기도 좋은 길이다.

산성 남서쪽에 돌출된 거대한 자연바위 미덕암은 삼면이 절벽이라 구미공단, 낙동강과 금오산을 조망 할 수 있다.
천생산 미덕암에서 바라본 금오산.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말 등에 흰 쌀을 부어 말을 목욕시키는 것처럼 꾸며 왜군을 물리친 것이 물같이 보인 쌀(米)의 덕(德)이라고 하여 이 바위를 ‘미덕암’이라 불렀다고 한다.

해평공용버스터미널
△ 시간이 멈춘 곳…해평공용버스터미널과 해평 5일장.

해평면에 있는 공용버스터미널과 해평시장은 80년대 풍경처럼 예스럽고 정겨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해평공용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 고즈넉한 시골길을 걷는 해평 연지길은 아름다운 풍경 만큼이나 역사 유적을 둘러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낙봉서원.
조선시대 사액서원인 낙봉서원과 아도화상의 전설이 내려오는 금호연지, 생육신 이맹전선생의 묘소와 고려 태조 때 공신인 김선궁 신도비까지 둘러볼 수 있다.

신라와 고려, 조선을 관통하는 역사여행이 가능한 11㎞의 아름다운 길이다.

밤실마을 벽화길.
△‘아이에겐 옛 이야기를, 어른에겐 향수를’…도량동 ‘밤실마을 벽화길’

구미시 도량동에 있는 밤실마을은 조선 건국 때 고려 왕조에 충절을 지켰던 야은 길재가 낙향해 후학을 양성한 곳이다.

길재 선생을 기리는 사당인 야은사와 야은정자가 있다.

마을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가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밤실 벽화마을로도 불린다.

벽화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800여 명의 자원봉사자의 참여로 완성됐고 2㎞에 이르는 3개의 코스를 둘러볼 수 있다.

수다사 은행나무
△구미 무을면 수다사 은행나무.

구미시 무을면 연악산에 위치한 천년고찰 수다사에 은행나무가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고찰과 함께 만추를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을 끄고 있다.

특히 바람 부는 날이면 노란 은행나무잎이 노란 비를 뿌리듯 떨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며 산사의 가을을 더욱더 운치 있게 연출하고 있다.

수다사 은행나무 단풍은 11월 초순까지가 절정이다.

이맘때가 되면 사진 작가들이 한 컷을 잡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하철민 기자
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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