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2일까지 B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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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고 하는데, 이는 더러운 곳에 있어도 세상에 물들지 않는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불교에서는 연꽃을 사바세계의 탁한 세상에서 온전히 깨달은 자와 비유하기도 했으며 옛 선조들은 굳은 심지를 가진 군자의 모습과도 닮았다고 이야기 한다. 작가 일훈은 이러한 연꽃의 의미를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에 한국 전통의 오방색을 가미해 이색적인 회화작품 20여점을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전시한다. 일훈전 ‘채광(彩光)Beautiful color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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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불가에 입문한 일훈스님은 전남 광주 자운사에 출가하며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가져 왔으며, 본격적인 미술 수업은 2011년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 편입하며 시작하게 됐다. 종교인이며, 비구니로서 일반인과 함께 창작활동을 펼치는데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자운사 은사스님의 배려와 적극적인 지원으로 현재 대학원에서 심도 깊은 미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채광(彩光)’이란 주제로 밝은 빛으로 채색되어진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묘사해 내고 있다. 빛은 어둠이 있어야 더욱 밝게 빛나는 법이라, 이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한 빛을 한국전통의 오방색으로 표현함으로써 친근함과 동시에 종교적인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전통 단청의 오방색(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은 전각, 궁궐 등을 장엄하는데 활용되기도 하며 불교적인 색채로 각인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미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 되어 등장 한다.
무제4
작가는 단청의 채색 기법 중 초빛‘단청 명도 단계 중 가장 밝은 빛’과 이빛‘초빛보다 진하고 삼빛보다 엷은 중간색’으로 빛의 조합을 표현하며 우주의 모든 사물이 시시각각으로 태어나고 죽는 염념생멸(念念生滅)의 순간을 연꽃을 매개체로 작품에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 눈길을 사로잡는 오방색의 선명한 색채와 더불어 빛이 보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투영된 사물의 색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채색된 면과 대비되는 강렬한 선을 통해 작품에 표출하며 ‘모든 것은 고정된 것이 없고 사물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은 외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라는 그의 주제의식을 시각화 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어느 순간 인연과 나를 분리하고 나서야 스스로 쳐놓은 결계를 쉬이 걷어 낼 수 있었다. 알아차림은 만물을 다양한 빛으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것에서 원석의 빛을 발견했다. 인연을 따라 빛을 달리할 뿐 박제된 빛은 없었다”라고 작가 노트를 통해 이번 전시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으며 ‘연꽃’의 생태적 자생에 인간의 삶을 대비해 함축적으로 작품에 표현 했다. 시행착오의 과정을 돌아보고 자기반성 또는 위로와 희망을 스스로 찾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함께 하며 향기롭고 처연한 연꽃처럼 오염되지 않는 인간 근본 선에 대한 믿음을 작품을 통해 전하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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