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 삼백수 표지.
우리나라 문학계에 선(禪)과 선시(禪詩) 장르를 처음 알린 석지현 시인이 펴낸 ‘선시 삼백수’(민족사)는 선(禪)의 정수를 가장 잘 드러낸 중국과 한국의 대표적인 선시(禪詩) 300편을 가려 뽑은 선시 모음집이다. 여기에 수록된 300편의 선시는 선의 세계를 깊이 있게 함축하고 있으며, 시문학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작품들이다.

‘선시 삼백수’에는 중국의 선시 219편, 한국의 선시 81편이 수록됐다. 선시 제목은 번역하지 않고 원제(原題)를 살렸고, 원제가 없는 것은 시 원문 가운데서 적합한 제목을 붙였다. 각 선시의 출전도 밝혔다. 그리고 책 뒤에는 간단하지만, 작자 소개를 수록했다. 이를 통해 선시를 접하지 않은 이들도 선시의 맛을 충분히 음미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선은 언어문자와 논리를 초월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언어문자를 버리고는 그 세계를 표현하고 느낄 방법도 없다. 언어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선의 세계를 역설적으로 압축된 언어로 표현한 것이 바로 선시이다.

석지현 시인에게 선(禪)은 불교, 힌두교, 밀교, 기독교 등 국경과 종교를 넘나들던 그의 정신적 편력의 귀결점이다. 이후 ‘벽암록’(전5권), ‘종용록’(전5권), ‘선시감상사전’(전2권), ‘임제록’등 방대한 분량의 선어(禪語)를 번역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석지현 시인에게도 선시 읽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시는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맛과 깊이가 달랐다. 그 때문에 이미 세상에 나온 선시의 역주 해설 내용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눈에 띄었다. 석지현 시인은 말한다.

“이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 완벽이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있다면 그것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쳐 나가는 일이 있을 뿐이다.”(머리말 중에서)

‘선시 삼백수’는 그 과정의 산물이다. 선(禪)을 탐구해 갈수록 더욱더 겸손해지는 수행자의 겸허한 모습이 아름답다.

역주 해설자 석지현 시인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1973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이후 인도, 네팔, 티베트, 미국, 이스라엘 등지를 수년간 방랑했다. 편 ·저 ·역서로는 ‘禪詩’, ‘바가바드 기따’, ‘우파니샤드’, ‘반야심경’, ‘숫타니파타’, ‘법구경’, ‘불교를 찾아서’, ‘선으로 가는 길’, ‘벽암록’(전5권), ‘왕초보 불교 박사 되다’, ‘제일로 아파하는 마음에-관음경 강의’, ‘행복한 마음 휴식’, ‘종용록’(전5권), ‘선시 감상사전’(전2권), ‘임제록 역주’ 등 다수가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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