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사무사(思無邪) 신기독(愼其獨) 무자기(毋自欺) 무불경(毋不敬)의 삼언십이자(三言十二字). 사특한 생각을 없애고, 홀로 있을 때일수록 삼가고, 자신을 속임이 없으며, 사람을 대함에 불경함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퇴계 선생은 이 삼언십이자를 유학의 경전 중에서 선별하여 좌우명처럼 벽에 붙여놓고 실천했다고 한다.

첫 번째 사무사(思毋邪)는 공자가 시경 300편의 시를 산정한 후 한 마디로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詩三百一言以蔽之曰 思毋邪)고 말한 데서 비롯되었다.

시인 윤동주는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고 ‘사무사’를 노래했다. 조의제문으로 부관참시를 당했다는 김종직도 하루에 사무사를 세 번 외우면 달도 이슬도 바람도 꽃도 안중에 없어진다고 했다. 사무사는 성(誠)이다. 공자의 사상 인(仁)에 버금가는 한 축으로 매 순간순간 지공무사한 바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로 신기독이다. 남이 보는 앞에서는 바르게 살려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혼자 있을 때 개인적인 욕심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홀로 있을 때 오히려 더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중용’에서 “군자는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했다. 자기 뜻을 정성스럽게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속임이 없다는 뜻이다.

세 번째의 무자기(毋自欺)는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자는 “하루라도 착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모든 죄악이 스스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김장생은 “나를 속이지 않음. 이 석자는 내가 평생 스스로 힘쓴 바”라고 했다. 타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올곧은 삶을 말하고 있다.

네 번째가 무불경(無不敬)이다. 공경하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다. “사람을 대함에 공경하는 마음으로 하라”는 의미이다. 심신을 수양함에는 늘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용모는 늘 도의를 생각하고 엄숙해야 하며, 말은 부드럽고 명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말씀이나.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불경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퇴계 선생은 이 삼언십이자를 명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사람의 인격은 행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지 신분과 지위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불가에 삼업(三業)이란 것이 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인 구업(口業)과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인 신업(身業),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말하는 의업(意業)이 그것이다. 말, 행동, 마음이 깨끗하고 절제되어 있으면 향기로운 사람이고, 그렇지 않으면 냄새나는 사람이다.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고, 말과 행동을 가지런히 하여야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말이나 행동, 마음들이 향기롭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본다. 특히 지도자 계층에서 그런 사람이 많아 실망스럽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를 천만 번 외워야 할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퇴계 선생의 삼언십이자를 다시 새겨 삶의 자세를 바로잡아 보자.

‘내로남불’을 없애자. 이황 선생의 철저한 자기관리 정신을 배우자. 시인 윤동주 선생이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한 그 엄정한 삶의 자세를 배워가자. 자기수양, 자기반성에서부터 출발하자. 그 길이 바른 개혁의 길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