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들이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에 최종 서명했다. 각국 비준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출범하게 됐다.

이번 RCEP 서명은 한국 정부로서는 사상 최초로 화상회의를 통해 FTA에 서명한 사례로 사실상 일본과도 최초의 FTA를 체결하게 됐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들은 한국과 양자 FTA를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자간 FTA인 RCEP의 15개 회원국 경제규모는 전 세계의 30%를 차지하고 RCEP 회원국 인구 합계는 22억6000만 명으로 전 세계의 29.9%에 달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무역규모는 각각 26조3000억 달러, 5조4000억 달러로 전 세계 비중의 30.0%, 28.7%를 차지한다.

이처럼 메가톤급 FTA 출범으로 가맹국 간 관세 문턱이 낮아지고 체계적인 무역·투자 시스템을 확립해 교역 활성화가 기대된다.

일례로 인도네시아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 현재 최고 40%의 관세를 감수해야 하지만, RCEP이 발효된 뒤로는 관세가 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가입국 간 원산지 기준을 동일화해 ‘스파게티 볼’ 효과를 최소화하는 이점도 있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접시 안에서 얽혀 있는 스파게티 가닥처럼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등으로 기업이 FTA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되는 일을 말한다.

아울러 지식재산권 보호와 경제기술협력 등 여러 방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 발언에서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 위기 속에도 거대 경제공동체를 출범시켜 보호무역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CEP으로 상호협력을 촉진해 코로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참가국들은 또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무역 투자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이번 협정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는 추가적 시장개방과 전반적인 무역규범 정비가 참가국들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는 평가도 담겼다.

정상들은 그러면서 RCEP이 조기에 발효될 수 있도록 각국이 국회 비준 등 국내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청와대는 “경제협력 강화, 한국 산업의 고도화 등을 모색해 코로나 극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신남방정책 가속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CEP 협정문 서명에 앞서 참가국들은 2012년 협상 개시 이후 8년간 31차례 공식협상, 19차례 장관회의, 4차례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에도 10여 차례 이상 화상회의를 열었다.

인도는 RCEP 출범 시부터 협상에 참여했지만 작년 RCEP 정상회의에서 불참을 선언한 뒤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지 않았다.

정부는 RCEP 체결과 관련해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자유무역 확산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자체제의 약화와 글로벌밸루체인의 블록화·지역화 경향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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