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앞두고 연탄은행·복지시설 온정 손길 크게 줄어
경북·대구모금회, 희망나눔 캠페인 기간·목표액 축소

지난 7일 포항 동지중.여중 학생들이 북구 용흥동의 한 가정을 방문해 연탄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포항연탄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경제 상황과 코로나19 지원에 집중된 기부 등으로 연말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의 온도’ 또한 쉽사리 오르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15일 포항연탄은행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개인 및 기관 단체의 연탄 봉사 계획은 총 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는 기부 규모가 큰 기업체 연탄나눔 문의 및 현장봉사가 이어졌지만, 이달에는 단 1건의 전화 문의만 있을 뿐 아직 지역기업 참여는 없다.

이에 따라 매년 연탄 기부를 시작하는 9월부터 현재까지 기준 올해는 350만~400만 원 상당의 연탄만 모여, 지난해 2000만~3000만 원의 5분에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서 중앙정부 및 대기업서 기부한 연탄 중 지역 할당분인 1만2500장 상당, 1000만 원의 지원비가 내려와 숨통을 틔웠다.
지난 7일 포항 동지중.여중 학생들이 북구 용흥동의 한 가정을 방문해 연탄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포항연탄은행
지난 7일에도 지역 중학교 학생 40명이 참여해 소외 가구 3곳에 1200장(96만 원)을 연탄을 배달했지만, 학교 측 연탄 기부액은 30만~40만 원에 불과해 적립된 다른 지원비를 사용해 충당했다. 전국 31개 연탄은행 중 가장 늦은 6년 전 문을 연 포항연탄은행은 첫해 5만 장을 시작으로 2018년 15만 장까지 연탄 나눔 활동이 늘었지만, 지난해 전국적인 비영리단체의 비리 이슈에 이어 올해 코로나19로 연탄 나눔이 2년 연속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경북·대구 지역 중 연탄은행이 있는 대구·달성·예천·상주 등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호범 포항연탄은행 대표는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이 둔화됐고, 기업의 연간 봉사 계획 중 상반기 이미 코로나 후원 집행으로 예산을 상당히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배달과 같은 현장 봉사 또한 자제하는 분위기 역시 연탄 나눔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절체절명의 위기는 다시 보면 위대한 기회일 수도 있다. 모두가 힘들지만 나눔으로 역량을 발휘할 때이기도 하다”라며 “연탄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취약 계층뿐만 아니라 난방유가 필요한 어려운 이웃 등도 살펴보는 마음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연말 기부의 대명사인 ‘사랑의 온도탑’도 시작도 하기 전에 움츠려 들고 있다.

경북과 대구는 물론 전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희망 2021 나눔 캠페인’을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62일간 진행한다.

지난해 11월 21일 시작한 것에 비해 기간이 열흘 가량 단축됐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어려운 점과 상반기 코로나19 특별 성금에 따른 중복 기부 피로도를 고려한 것이다.

경북모금회는 올해 모금 목표액을 127억6000만 원으로 정했다. 지난해의 154억 원 목표 대비 80%로 대폭 줄여 잡았다.

대구모금회 역시 이번 주 중 목표 금액을 공고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100억2000만 원 대비 10% 이상 줄어든 ‘보수적’인 목표액을 정할 방침이다.

대구와 경북모금회는 각각 올 상반기 124억 원, 243억 원의 코로나19 특별성금이 모여 의료진 및 코호트 격리시설 지원, 마스크·방역물품 등에 사용했다.

대구의 경우 1년에 연말을 제외하고 170억~180억 모금액이 걷히는데 이를 훨씬 넘는 모금이 상반기에 답지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법인 기부금 소진 등을 염려해 연말 모금액을 잡은 것이다.

대구모금회 관계자는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로 모금 운동의 성지인 만큼, 어려운 때일수록 이웃을 돌아보고 온정을 전하는 나눔의 미학이 더욱 발휘되길 당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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