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날 벼른 가위가 귀를 벤다
목을 감아 내린 천에 뚝뚝 떨어지는 시간들
삭 삭 규칙적으로 귀 베는 소리
남자의 시간을 쓸어 모아 쓰레기통에 넣는 이발사

 

물조리질을 하며 털어낸 값싼 스킨 냄새가
그의 베인 상처를 소독할 때
왜인지 모르게 쏟아지는 더 깊은 졸음
골목을 배회하던 시간이 덩달아 같이 잠든다

 

거꾸로 가는 거울 속 달력을 보면서
다시 이발소에 올 날을 택일하고
베인 귀의 값을 기록하려는데
2월 29일이 없다

 

귀 속에서 워낭소리 들리면 화개장이 서고
길 끝에 잇대어 난 또 다른 길 끝에서
플라타너스의 수다가 옹기 위로 하르르 내려앉을 때
계산에 둔감한 그가 거울 속 29일로 걸어 들어간다

박찬희 계간 《문학의봄》신인상 등단 충청남도 인권작품상(2017, 장려) 추보문학상(2018) 문학의봄작품상(대상, 2018) 수상 시집<너무 짙은 유혹>외 2권
박찬희
계간 《문학의봄》신인상 등단
충청남도 인권작품상(2017, 장려)
추보문학상(2018) 문학의봄작품상(대상, 2018) 수상
시집 '너무 짙은 유혹' 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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