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역대 정권을 보면 집권 4년 차부터 레임덕이 시작되었다. 2020년 5월 10일을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차로 들어섰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7월 첫째 주 49.8%로 50% 이하로 떨어졌지만, 10월 넷째 주 여전히 44.9%를 기록하고 있다(리얼미터 참조). 3년 차까지 조국 사태,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은 코로나19에 묻혔다. 4년 차에 터진 부동산정책 실패,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대립,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 등도 40%대의 지지율을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무능한 박근혜 정권을 대체했다는 정통성과 낮은 정권교체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레임덕이 없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과연 그럴까? 지금부터 레임덕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첫째,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 판결이다. 김지사는 포털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제19대 대선에서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2019년 1월 30일 1심에 이어 2020년 11월 6일 2심에서도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선거운동 기간에 댓글 조작으로 문 후보에게 우호적 여론을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정통성 훼손인 동시에 레임덕의 시작이다. 김지사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대법관 4명의 소부(小部)에서 심리하면 6개월 정도, 대법관 13명의 전원합의체에서는 1년 정도 걸린다.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이 나오면 김지사 발 레임덕은 멈춘다. 그러나 2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둘째,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상이다. 1월 30일 윤 총장은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10.8%로 32.2%의 이낙연 전 총리에 이어 2위였다(리서치앤리서치). 1월 7일 취임한 추미애 장관이 인사권을 휘둘러 윤 총장의 수족을 자른다는 비판 여론 덕분이다. 10월 28일 15.1%로, 22.8%의 이재명 지사와 21.6%의 이낙연 대표에 이어 3위였다(알앤써치). 11월 11일 24.7%로, 22.2%의 이 대표와 18.4%의 이지사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한길리서치).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감찰권 발동을 두고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청법 위반이다”와 같은 소신 발언 때문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지지는 정부에 대한 반감이므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셋째, ‘부동산정책’과 ‘월성원전 1호기 폐쇄’다. 정부가 내놓은 23회의 부동산 안정정책은 되려 집값을 상승시키고 있다. 「임대차2법」 중 ‘2+2 계약갱신 청구권’으로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5% 전월세상한제’로 집주인은 미리 전세가를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한다. 11월 2일 김상조 정책실장은 SBS 8시 뉴스에 출연해 “집값 원상회복 불가능”과 “전세대란 무대책”을 시인 하는 등 정책실패를 인정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6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낮은 경제성을 이유로 ‘월성 1호기 폐쇄’를 의결했다. 감사원은 범죄 개연성을 담은 ‘수사 참고자료’를 검찰로 넘겼고, 대전지검이 수사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려고 산업부와 청와대가 경제성 평가자료를 조작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레임덕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레임덕이 없을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보류되어 있을 뿐이다. 코로나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현시점부터, 레임덕은 출발이라고 봐야 한다. 김경수 지사는 대법원에서 자신이 있으면 그냥 가면 되지만, 자신이 없으면, 사과문을 발표하는 게 좋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과 갈등을 중단하고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부동산정책’은 잘못을 시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월성 1호기 폐쇄’에 이상이 없으면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하며, 문제가 있었다면 잘못을 시인하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현직 대통령의 레임덕은 국가적으로 손해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남은 임기를 보내거나, 업적을 쌓기 위해 설익은 정책을 남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레임덕 없이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자신을 선택한 국민에 대한 책임의 범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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