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에서 청와대의 지시 아래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과도하게 경제성을 저평가 한 것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7000억 원을 들여 개보수한 원전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서 조기 폐쇄를 밀어 붙인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덕 천지원자력발전소 건립 백지화 결정 이후 빚어졌던 놀라운 증언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주민들에게 ‘탈원전 정책 동의 집회’까지 사주한 것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을 조직화 하기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원전 백지화 이후 이면 구두 지원 약속까지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영덕군 주민들로 구성된 천지원전생존권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정책 담당자가 대책위 관계자에게 ‘원전 고시지역 해제 촉구 시위’를 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2012년 영덕읍 석리와 창포리 일대 300만㎡에 지정 고시한 원전 개발예정지에 대해 주민들이 영덕군청 등에서 집회를 열어 주면 고시해제가 쉬워질 것이라 부추겼다는 것이다.

산업부 담당자들은 수 차례에 걸쳐 주민과의 만남을 통해 원전 지역 지정 고시 해제가 이뤄지면 신재생 에너지 단지 유치 등의 주민 보상 대책을 즉각 시행할 것이라는 구두 합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부가 수년에 걸쳐 수많은 과학적 평가와 주민합의로 원전 입지를 결정한 것을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민 집회를 선동하고 이면 합의까지 해가며 하루아침에 무산시키려 한 것은 직무상 배임을 넘어 국정 문란 행위에 가깝다.

산업부는 더 나아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올 9월부터는 ‘고시 지정 해제를 원한다’는 확인서를 써 달라는 요구도 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주민 확인서를 받고 싶다면 탈원전 결정 이후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 달라고 산업부에 요구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의 강박적 탈원전 정책 밀어붙이기를 잘 보여 준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를 선택한 것이 편법과 불법까지 국민이 승인한 것은 아니다. 탈원전 에너지 정책에 합리성이 있다면 주민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주민 집회까지 사주한 것은 명백한 편법이자 탈법이다. 관련자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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