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베란다 구석에는 하마가 살고 있다
작은 눈을 자주 껌벅거리는 것은 복종이다
검지-손가락 지문에 순응하며 살아 온 그는
식습관이 까다롭지 않다

깔깔거리던 아이의 바짓단에 묻은 진흙 맛을 보고
온종일 벽돌모서리 밟고 다니던 작업화속의 매콤함과
햇볕에 그을려 말라붙은 셔츠속의 소금을 넣는 일이
한결같은 맛을 보장하는 여주인의 단골 조리법이다

맛을 결정하는 것이 소금의 농도라지만
노후한 혀가 무감해져 입맛을 잃어갈 때면
아랫배에서는 소화하지 못한 빈 월급봉투가
발견되기도 했다

쿨렁 쿨렁, 덜덜덜 수 만 번도 더 돌았을 노동엔
바람개비에서 빠져나간 녹슨 핀의 흔적처럼 침전되고

발소리에 놀란 노루가 산등성이를 뛰다말고 한번쯤 뒤를 돌아다보는 것처럼 지나간 곳을 잠시 볼 수 있는 멈춤은 샘터의 물이 된다 어느 낮선 밀림지대 늪에서 처음 먹어 본 후 각인된 물의 맛과 때를 놓쳐 남몰래 수도꼭지 틀고 벌컥거리던 물의 쓴맛을 통해 주인의 손짓에 눌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마셨던 물맛보다 공기의 맛이 불현 듯 더 크다고 생각한 까닭에 복종에 익숙했던 기억들을 모두 버리고 싶다

남은 물로 속을 채우고
간수 빠진 소금을 넣고 나면
꿀렁, 사르르 아직은 입맛을 잃지 않았다

이태학(남·65)경기 양평군 양평읍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2018년) 2020년『시인정신』등단 양평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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