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늦은 봄이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할 즈음
산골짜기 앞마당에 감꽃이 흐드러지게 떨어졌어.
떨떠름 아린 맛이 마당가득 스며들 때
살기 싫다고 집을 떠난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고
호미처럼 등이 굽은 할머니는
고샅길 고추밭을 오르다가
할미도 없는 사람 있느니라.
아래를 내려 보며 살아야 속이 편안하느니라.
집나간 며느리의 부끄러움을
호미자루마다 토해내면
열두 살 어린 내 마음은 고추처럼 매워졌어.
할머니의 억센 손바닥에서
호미를 놓아 버리고 누워 계실 때
온 몸은 생기를 잃은 시들은 감꽃이었어
가슴팍을 옴팡 썩힌 앞마당 감나무처럼
집 나간 며느리, 가슴에서 하나, 둘 부서내리며
묵묵히 어린 손녀들 키우던 우리 할머니,
호미처럼 등은 굽었어도
달짝지근한 품속, 고단함에도 물컹거리지 않던
우리 할머니, 감꽃이 피면, 보고 싶어라.

신영순(여·55)전주시 덕진구◇약력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음.
신영순(여·55)전주시 덕진구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음.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