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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9. 포항 기북면 덕동마을
[우리동네 이야기] 9. 포항 기북면 덕동마을
  • 손석호 기자
  • 승인 2020년 11월 16일 18시 3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1월 16일 월요일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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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옛 가치 유지하는 '덕 있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덕동마을 용계정.포항시
덕동(德洞)마을은 포항시 북구 기북면 오덕리에 위치한 유서 깊은 마을이다.

덕동이라는 이름은 ‘덕이 있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 해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덕동은 양동마을에 살던 사의당 이강이 이주해 세거하게 된 여강 이씨 집성촌이다.
덕동 문화마을 관광안내도.
이 마을의 용계정은 1546년에 건립된 건물인데, 임진왜란 때 북평사를 지낸 농포 정문부 선생의 별장으로 숙종 12년(1686년)에 다시 크게 세웠으니 어느덧 400년 가량인 마을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 후 정문부가 고향으로 돌아가며 애은당·여연당·사우정 고택 등을 손녀사위인 사의당 이강에게 물려줘 사의당은 여강 이씨 입향조가 됐다.

이강은 ‘동방오현’인 회재 이언적 선생의 동생 농재 이언괄 선생의 현손(4대손)이다.
포항시 북구 기북면 덕동마을로 가기 전 통과하는 면사무소 소재지의 정류장과 상점들이 흡사 지난 1970~80년대 건물처럼 정겹다. 손석호 기자
덕동마을은 지금도 이강 선생의 후손인 여강 이 씨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명맥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이동진 덕동민속전시관장이 전시관에 전시된 소장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근 이동진 덕동민속전시관장과 이태동 덕동문화마을보존회장 두 분을 찾아뵙고, 여러 차례 마을도 둘러 봤다.
2006년 범죄없는 마을로 지정된 덕동마을.
이태동 보존회장은 “모두 15촌 내외 집안사람이 모인 동네이다 보니 도둑 걱정이 없어 ‘담장이 없는 마을’이 자랑입니다. 또 양반가 후손이라 ‘가게가 없는 마을’이기도 합니다”라며 마을 특징을 요약했다.
2011년 제4호 기록사랑마을로 지정된 포항시 북구 기북면 덕동마을.
마을을 둘러본 결과 수백 년 전통과 풍습, 그리고 아름다운 숲을 간직한 소중한 옛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동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또 본류가 되는 양동마을과는 또 다르게 매우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도 자아냈다.

덕동숲
△덕동마을 숲.

덕동마을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숲이 가장 먼저 반겼다.

‘덕동마을숲’은 1600년께 마을 형성 초기에 ‘수구막이 숲’으로 조성된 정계숲·도송숲(섬솔숲)·송계숲 등 크게 3개 숲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포항 용계정과 덕동숲 안내문.
숲의 위치는 진입로 쪽에 송계숲이 있고, 용계정 맞은편에 정계숲이 있으며, 호산지당 연못 동편에 섬솔숲이 위치한다.

마을 인근 자금산에서 바라보면 물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이므로 풍수지리상 수구막이(마을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거나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건물·나무 등)로 조성한 솔밭이라고 전해진다.
덕동마을 보호수
숲 조성에 수해방지와 방풍림 역할 등 실용적인 이유와 함께 풍수지리 등 민간신앙이 배경이 작용한 것이다.

그중 송계숲은 마을 형성 초기부터 자리하고 있다.

두 분 어른의 설명에 따르면 “소나무의 크기가 판자 정도가 되면 벌목해 목재로 팔고, 그 수익을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하고 운영해 왔다”고 한다.

문중 공동 소유인 솔숲을 누대에 걸쳐 지켜온 마을 주민들은 ‘소나무계(松契·송계)’ 내역을 적은 책도 전시관에 보관하고 있다.

예전의 송계부는 소실됐고, 지금 남아있는 것은 6·26 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쓰인 것이라고 한다.

이동진 관장은 “소나무계에는 매년 설이나 추석 명절 때면 ‘환갑 넘은 노인들에게 쇠고기 한 근 값을 내어준다’는 조항도 있다”며 “마을 어른들을 공양하기 위한 마을의 자랑인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나무 숲들은 덕동마을 사람들에 의해 약 300 년 동안 꾸준하게 관리돼 왔다.
포항 덕동마을숲이 2006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생명상(대상)을 수상했다.
덕동숲은 2006년에 산림청·생명의 숲·유한킴벌리에서 공동 실시한 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대상(생명상)에 선정됐다.

이처럼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숲이 주는 치유와 휴식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덕연구곡비.
△덕동의 인문·자연환경.

덕동마을의 선조들은 수려한 풍광의 냇가에 정자를 짓고 자연과 벗하고 살았다.

유교 이념 실천을 형상화하는 방법으로 마을 주변 명소에 이름을 붙이고 자연을 즐겼던 흔적을 남겼다.

구곡(九曲), 삼기(三奇), 팔경(八景)이 그것이다.

조선 시대의 선비들은 주자(朱子)를 흠모했다. 주자가 지은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에 영향받아 퇴계 이황은 도산십이곡을, 율곡 이이는 고산구곡가를 지은 바 있다.
덕동마을 연못과 숲.포항시
덕동마을 역시 마을에 있는 계곡의 시작과 끝나는 지점까지 경관이 수려한 아홉 곳을 정해 ‘덕연구곡(德淵九曲)’이라 칭하고 각각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면 제1곡 수통연(水通淵)은 ‘물이 흐르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물이 모여서 바다로 간다는 의미인데 덕동을 지난 물이 넓은 반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도록 해 자연과 인류에 이롭게 하는 것을 뜻하는 만큼 역시 유교적 가치가 잘 스며들어 있다.

제2곡 막애대(邈埃臺) 역시 ‘속세를 멀리한 너른 바위’라는 뜻이다.

마을 초입 용계천에 널따란 거북 형상을 한 바위로 ‘바위 위에 앉아서 흐르는 물을 보면 심신 수양을 하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제3곡 서천폭포(西川瀑布), 제4곡 도송(島松), 제5곡 연어대(鳶魚臺), 제6곡 합류대(合流臺), 제7곡 운등연(雲騰淵), 제8곡 와룡암(臥龍岩), 제9곡 삽연 등이 있는데 일부는 원형이 훼손됐다.

삼기(三奇)는 용계정 주변의 기이한 형상을 한 세 곳을 지칭해 붙인 이름이다.

석간용천(石澗湧泉)은 용계천을 둘러싸고 있는 암석 사이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이며, 후원반송(後園盤松)은 용계정 후원에 서 있던 소나무다.

현재는 고사해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층대와향(層臺臥香)은 용계정의 동편 상단부에 층계 누대처럼 누워서 자라고 있는 향나무다.

한편 팔경(八景)은 마을 앞 자금산에서 시작돼 내려오는 부채꼴 모양의 경관을 말한다.

덕동민속전시관.
△덕동의 문화재.

용계정과 덕동숲 일원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81호(2011. 8. 8)로 지정됐고, 용계정은 따로 경북도 유형문화재 243호(1988)로도 지정돼 있다.

용계정은 농포 정문부 선생의 별장으로 조선 명종 원년(1546)에 건립했고 숙종 12년(1686)에 증축했다.

정조 이후에는 세덕사의 부속건물인 강당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고종 5년(1868) 서원 철폐 시에 용계정을 세덕사와 분리하기 위해 선조들이 밤새도록 담을 쌓아 세덕사만 철폐되고 용계정은 화를 면했다는 말이 전한다. 지금은 축대 등 일부에 대해 해체 복원을 하고 있었다.
포항 덕동마을 호산지당. 포항시
이 밖에도 경북도 민속문화재 제80호인 애은당 고택을 비롯해 사우정·여연당 고택, 덕계서당·근대한옥 등 민속문화재와 문화재자료, 국가등록문화재가 다수 있었다. 각 시대 별 건축 양식과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고, 특징이 명확하면서도 고즈넉해 이를 보려는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임이 없었다.

한편 덕동마을은 지난 1992년 6월 문화부지정 제15호 ‘문화마을’로, 2011년 6월에는 국가기록원 제4호 ‘기록사랑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이동진 관장은 50여 년간 덕동마을에 거주하면서 마을 역사와 문화 보존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갖고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1992년 덕연관 개관을 시작으로 2014년 현재 덕동민속전시관에 이르기까지 덕동마을과 관련된 기록물 수집과 정리, 전시관 관리·운영 등을 통해 기록관리 문화확산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2015년 ‘기록물관리 분야 정부포장’을 받았다.

전시관의 주요 소장품으로는 경북도지정 문화재, 덕동마을 세부측량 임야원도(1911년), 호적단자(200년 전), 호적표(1896년), 세덕사 참배록, 현판 등을 비롯해 각종 생활·농기구 등 1200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포항 덕동마을 여연당 고택
△마을의 미래와 숙제는.

전통의 가치를 오롯하게 유지하는 덕동마을도 고령화는 피해갈 수 없어 보였다.

주민 대부분의 70~80대 이상의 어르신이며, 그나마 젊은 축인 ‘청년’이 60대라고 한다. 마을 곳곳에 빈집이 눈에 띄는 것도 이런 이유인 듯했다.
덕동마을의 한옥 카페
또한 최근 마을에는 전통한옥을 개조한 ‘한옥 카페’가 문을 열었다.

한지 등으로 꾸민 아기자기한 내부와 계곡 풍경이 보이는 통유리로 리모델링한 인테리어가 보였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옥.
외부인 발길이 이어지고 또 한옥의 재해석이라는 점도 엿보였지만, 다만 전통마을의 원형보전이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생각할 점이 있어 보였다.

이 밖에도 많은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협소한 주차 공간이 더 큰 관광 명소화를 막고 있는 듯했다.

전통 한옥 건물과 현대식 건물 및 담장이 혼재된 마을 모습 또한 ‘전통 문화마을’이라는 이름에 무색함이 느껴졌다.

마을의 전봇대(전신주) 또한 순차적으로 지중화할 필요성이 높아 보였다.

이태동 마을보존회장은 “마을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쉽지 않다”며 “포항시에서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통해 스토리텔링 및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힘을 보태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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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호 기자 ssh@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검찰, 법원 등 각급 기관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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