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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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문제를 얘기할 때 유명한 비유가 ‘거위 깃털 뽑기’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무장관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바람직한 조세 원칙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도록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라 말한 데서 유래했다. 세금을 급작스럽게 올리거나 세목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가업 승계 기업 상속세율이 높아 ‘거위 목 조르기’가 발생하고 있다. 대주주 상속세율이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해묵은 이슈인 삼성의 상속세 문제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은 가업승계 때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 낮춰준다. 여기에다 기업상속공제 등으로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 최고세율은 4.5%까지 낮아진다. 이런 공제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이 매년 7000~1만 개나 된다. 독일에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1만 개가 넘는 것도 이런 제도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수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도 2018년부터 가업상속은 상속세를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비해 국내 우량 기업들도 세금에 치여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명한 밀폐용기 제조 국내 1위 기업 ‘락앤락’, 손톱깎이 생산 세계 1위 기업이었던 ‘쓰리세븐’, 고무의류와 콘돔 생산 세계 1위 ‘유니더스’ 등이 상속세를 못내 경영권을 포기했다. 공평과세와 부의 재분배 취지를 넘어 직계 비속의 기업승계 때 감당할 수 없는 할증 세금을 물려 기업의 지속경영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털 뽑기’에 기업 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아우성이다. 법인세 최고 구간이 22%에서 25%로 올랐고, 각종 세금 공제혜택도 하나둘 줄였다. 전국의 집값을 폭등시켜놓고 주택 등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정도면 ‘거위 털 뽑기’가 아니라 ‘거위 목 조르기’ 증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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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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