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무규 교수(동국대 경주병원 피부과)

건선은 완치가 어려워 환자들의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는 질환 중 하나이다. 완화되는 듯하다 다시 재발하는 건선 때문에 좌절을 반복하다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더러 있었다.

건선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원인으로 인해 면역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꺼워진 피부 표면에 홍반과 하얀 각질이 쌓이는 것이 특징이며,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 등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 발생하지만, 전신 어느 곳에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건선은 감염성이 아닌 면역 이상에 의해 생기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에 증상이 나타나다 보니, 환자들의 사회생활, 대인 관계, 연애와 결혼 등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증상이 심한 중증 건선 환자들은 여름에 반팔 반바지를 입거나, 수영장, 찜질방과 같은 공중시설을 자유롭게 방문하는 것이 일생의 소원일 만큼 일상의 자유를 잃고 살아가기도 한다. 이에 따라 큰 우울감과 고립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등장하면서 환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 유발과 관련된 면역 반응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로 발병 원인에 접근하는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주로 다른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나 전신 피부의 10% 이상이 병변으로 뒤덮인 중증의 심한 건선 환자에게 사용된다.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최근 건선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생물학적 제제 처방을 받고 있는 환자들 중 치료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환자의 비율이 90%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실제, 생물학적 제제 덕분에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해져 건선을 잊고 살 정도라고 말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최근 주로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로는 인터루킨-23 억제제, 인터루킨-17 억제제, 인터루킨-12/23 억제제가 있다. 이 중 가장 최근에 국내 허가된 한 인터루킨-23 억제제 데이터를 보면, 3년간 치료를 지속한 중증 건선 환자들의 63%가 ‘완전히 깨끗한 피부(PASI 100)’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지요법 기준 연 4회의 투여 횟수로, 기존 연 6회, 12회 투여하는 제제 대비 편의성도 높아졌다.

다만 생물학적 제제는 피부가 깨끗해지고 개선되는 효과가 좋지만, 반면 치료 비용은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자주 언급되곤 한다. 다행히 환자들의 치료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치료비를 경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정부 지원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다.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증 건선 ‘산정특례’는 자격 요건에 충족할 시, 본인 부담률이 10%로 줄어들어 생물학적 제제 등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에게 부담을 덜어준다.

건선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치료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때문에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경우 가능한 빨리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진단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실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중증 환자라도 보다 깨끗한 피부로의 개선이 가능해진 만큼, 생물학적 제제와 각 제도적 지원들을 적극 활용해 환자들이 자유로운 삶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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