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경북을걷다 표지.
마음속에 늘 하얀 산을 품고 살며 산을 오르거나 걷기를 좋아하는 시인이자 도보여행가로 활동하고 있는 윤석홍 시인이 경북일보에 연재한 글을 모아서 ‘길, 경북을 걷다’(도서출판 나루)란 여행기를 펴냈다.

책에는 경상북도에 있는 20곳의 길을 소개했다. 평소 걷기를 통해 걸었던 길 가운데 꼭 한 번 다시 걸어보고 싶은 길만을 골랐다. 오랜 세월 자연의 품속에 숨어 있다가 새롭게 단장돼 속살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길들이 경상북도에 즐비하다.

사람들은 건강과 여행, 트레킹 등 다양한 이유로 걷기 위해 집을 나선다. 이 책에 소개하고 있는 길은 경주 왕경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왕의 길’, 조선 시대 선비의 품격이 낙동강을 따라 흐르는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로 이어지는 ‘선비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보석 같은 청송 신성계곡을 따라 걷는 ‘녹색길’, 청정 자연이 살아있는 ‘금강소나무길’, 오지여행 성지 봉화 ‘승부역 가는 길’ 등 아름다운 길들이 ‘어서 와’ 유혹하듯 쉽게 담담한 문체로 풀어냈다.

“길은 삶의 은유이자 문명이 흐르는 강이다. 도시는 길의 접점에서 형성되고 길과 길로 연결된다. 길은 위안과 쉼의 공간이다. 길을 걸으면서 문화와 인간 삶의 흔적들을 확인할 뿐 아니라 생각이 샘솟고 건강을 얻는다. 길은 내가 일부러 찾아 나선 것은 아니었다. 길이 나를 이끌었고 불렀다. 이 땅에는 무수히 많은 길이 있다. 하지만 그런 길도 가지 않으면 길은 지워진다. 문명의 편리에 익숙한 사람들이 길을 조금씩 멀리하면서 길은 하나둘씩 잊힌다는 것은 우리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 길에 남아있는 숱한 이야기와 애환도 함께 지워진다는 것에 서글프다”라고 책에 썼다.

“오래전부터 벼르던 길이었다.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 했고 예쁜 길이라고 했다. 석포역에서 승부역까지 이어지는 길은 한 편의 서정시다. 하나같이 칭찬해 마지않는 길의 풍경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사람이 길에게 부여한 이름이었다. 승부역 가는 길. 경북 봉화에 가면 석포역에서 승부역까지 철길 옆에 사람이 다니는 길이 나 있는데, 이 길 이름이 ‘승부역 가는 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길을 끝까지 다 걸으면 외로운 기차역 하나 서 있는 승부역이 나온다는 것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길이라고 해서 꼭 숲이나 흙길을 걸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승부역 가는 길은 인간이 만든 문명의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철길과 물길 그리고 찻길이 나란히 공존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봉화 승부역 가는 길’ 중에서.

이 책을 쓴 윤석홍 시인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종주, DMZ 평화의 길, 해파랑길을 걸었다. 히말라야를 비롯한 해외 여러 산을 다녀왔고, 미국 네바다 주에 있는 존 뮤어 트레일을 다녀온 후 쓴 ‘존 뮤어 트레일을 걷다’가 협성문화재단 공모전에 선정돼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틈틈이 여행과 책 읽기로 삶의 지혜를 배우며 산과 관련한 시집을 펴냈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구촌 오지로 자원봉사를 다녀왔고 여러 나라를 떠돌다 좋은 구루와 스승을 만나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왜 살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길에서 나를 되돌아보기 위해 배낭 메고 훌쩍 떠난다는 그는 최근에 개통한 남파랑길과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프랑스 TMB, 쿠바를 다녀오는 계획을 위해 불어와 스페인어를 배우며 틈나는 대로 시간을 내어 장애인시설과 무료급식소에서 봉사도 하고 밥벌이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그 빚을 갚으며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 책은 1년에 걸쳐 경북일보에 연재한 내용을 다듬고 보태어 경북문화재단에서 2020 코로나19 극복 지역문화예술 창작활동비 지원사업 지원금을 받아 펴냈다. 특히 어려운 지역 소상공인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지역에 있는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했다고 한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 시집 ‘저무는 산은 아름답다’, ‘경주 남산에 가면 신라가 보인다’, ‘밥값은 했는가’,‘북위 36도, 포항’, E-book ‘벚꽃 학교’와 여행 산문집 ‘존 뮤어 트레일을 걷다’가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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