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아트페어라는 미술시장이 많이 열린다. 대구도 2002년부터 대구아트엑스포 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본격적인 미술품 페어의 시대가 열렸다. 서울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부산아트페어와 더불어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대구아트페어는 미술시장으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이어왔다.

오래 전부터 대구경북은 타 지역에 비하여 미술품을 수장하던 콜렉터들이 많았다. 오죽하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한국의 귀중한 유물들을 광복 후 바로 일본 동경으로 가져가 오구라 컬렉션을 만들었다. 무거운 석물들은 운반이 어려워 옮기지 못하고 간 것을 현재는 경북대학교 박물관 앞 교정에 자리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이 자랑하는 국보 68호 상감청자 운학문매병 도 대구의 의사가 소장 하던 것을 간송 전형필이 매입하였다. 국무총리를 역임한 창랑 장택상도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였고 사후 유족들이 영남대에 기증하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장가라 불리우는 소남 이일우 집안에도 진귀한 미술품들이 있었다고 전한다. 경주국립박물관에 특별관을 만든 이양선 박사도 지역의 수장가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다.

필자가 근래에 만난 지역의 컬렉터들도 대단하다. 그중 의료인 K씨는 수십 년간 미술품을 수장하여 보물로 지정된 것도 여러 점을 보유하고 있다.

2020 대구아트페어 현장

또 한 기업인은 만여 평의 땅을 매입하여 산지에 전통한옥을 수십 채 지어 영남의 문묵 만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다. 기업인 B씨도 필자에게 가끔 자문을 구하는 데 몇 년 동안 고가의 미술품을 수천 점 구입하여 개인미술관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우리지역에 많은 수장가들이 존재한다.

2018년 언론보도에 의하면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가진 부자가 대구 수성구에 오천여 명으로 추정되어 6개 광역시 중 가장 많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에는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지역에 사는 상류층 사람들도 다수의 대구경북 출신 사람이 많다. 이들은 70·80년대 섬유산업으로 대구에서 부를 이루고 강남개발의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강남쪽에 관심을 가지고 88올림픽을 전후하여 주거지를 강남으로 옮겼다고 한다.

가끔 K옥션이 있는 강남의 경매장에 가보면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육칠십대의 중년아줌마들이 팻말을 들고 수억 원의 미술품을 낙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야당의 강세인 이곳은 여전히 TK출신의 사모님들이 부를 누리고 있다. 80년대에 외지사람이 대구에 오면 재미있는 아파트 명칭에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궁전맨션, 황실타운, 공작맨션, 백작맨션, 황제맨션, 장원맨션 등 과시적이며 귀족의 삶에 대리만족하는 보상심리를 아파트 회사가 이용한 것으로 본다. 이런 주거문화의 화려함은 예술품에 관심을 갖는 미술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대구아트페어는 코로나로 인하여 해외갤러리도 줄고 국내갤러리 참가도 확 줄었다. 오픈 날 가서 보니 열기는 가득하나 이제는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해외의 메이저 페어와의 관계가 절실하고 공동으로 기획과 협력이 있어야겠다. 부스도 색상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엑스코 바깥 공간에도 입체, 설치, 미디어를 만들어 입구부터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비슷한 수준의 전국 아트페어 중 대구만의 색깔을 입혀서 역동적인 축제를 희망한다. 추가로 대형특별전 부스를 만들어 대구 출신 근·현대미술가인 곽인식과 수묵거장 서병오 등의 대구미술사를 헌창하는 콘텐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더불어 대구의 숨어있는 컬렉터를 발굴하는 아카데미도 개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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