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경북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비교적 인지도가 낮았던 감염병인 C형간염에 대해 전세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 2020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하비 알터 미국 국립보건원 부소장과 마이클 호튼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가 선정된 영향이다. C형간염은 처음 이들의 발견 이후 심각한 위중성과 감염 위험 등이 밝혀지고, 현재는 혁신적인 치료 발전으로 완치를 통한 질병 퇴치를 서두르는 질환이다. 약 30여년 동안 빠르게 발견과 퇴치의 역사를 쓰는 중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특히 국내 C형간염 현황은 퇴치를 위한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C형간염은 국내 암 사망률 2위이자, 10년 생존율이 22%에 불과해 가장 낮은 암종인 간암의 주요 원인질환일 정도로 위중한 질환이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며, 이중 약 30~40%는 간이 굳어지며 기능이 저하되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발전한다. 감염병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C형간염은 일상 중에 면도기, 손톱깎이 등 타인의 혈액이 닿을 수 있는 개인위생용품을 공동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며, 출혈이 동반될 수 있는 치과치료, 비위생적인 장소에서의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하지만, C형간염은 또 다른 감염병인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이가 심해 예방백신이 없다. 감염자 대부분 증상이 없어 20~30년 뒤 뒤늦게 간암, 간경변증 등 심각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C형간염 연관 간암 환자 5명 중 4명(약 83%)은 C형간염 단계에서 발견, 치료되지 못해 간암 상태에서 발견된 ‘뒤늦은 진단’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간암으로 진단될 때까지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모르는 잠재 환자가 감염 확산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심각한 문제다. 실제 C형간염 감염의 약 40%는 전파경로가 불분명한 상태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5년(2016~2020)간 채혈 후 혈액·혈액제제의 적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헌혈 혈액선별검사’로 헌혈자의 바이러스를 찾아낸 전체 약 4만 건 중, C형간염 바이러스가 약 1만6천 건으로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한다. C형간염 확진 후에도 치료 참여율은 60% 정도에 불과해 C형간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처럼 예방도 관리도 어려운 C형간염이 퇴치를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조기 진단 후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치료 환경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약 5년 전 완치 수준의 먹는 약이 개발됐고, 2년여 전부터는 모든 C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1형~6형)을 치료할 수 있는 본격적인 C형간염 8주 치료 시대로 돌입했다. 현재는 대상성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들도 최소 8주 정도의 기간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약을 복용하면, 100%에 가까운 치료성공율로 완치할 수 있다. 간암으로 악화되기 전 C형간염 단계에서 치료하면, 완치는 물론 간암 발생 위험을 70%나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감염자는 감염 확산의 위험이 있지만, 완치하면 감염 위험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C형간염 퇴치를 촉구하고, 이에 발맞춰 대만, 일본 등 해외 국가들은 C형간염 환자를 효과적으로 찾아내고자 국가적인 검진 권고 및 지원 보건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올해 9월부터 10월까지 2개월 간 질병관리청을 주축으로 대한간학회와 함께 1964년생을 대상으로 C형간염 무료 검진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국가검진 도입 검토를 위한 유병률, 비용효과성 등 근거를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내 C형간염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감염자인지 모른다는 점이고, 특별한 증상도 없기 때문에 검진의 기회도 매우 드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고위험군에서 C형간염 검진이 필요하다. 인류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팬데믹 상황을 겪는 지금, 퇴치할 수 있는 감염병이 있는데 손 놓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고위험군인 ‘40세 이상 국가검진에 항체검사 도입’이라는 실제적인 예방 관리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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