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왕피천,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잠시 살았던 마을 앞을 흐르는 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울진 왕피천에 연어가 많이 올라와서 낚시꾼 무용담처럼 좀 과장해서 ‘물 반 연어 반’이라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머리에 첨단표시장치를 부착해 놓아 보냈던 어린 연어 1만 마리 가운데 큰 고기로 자라 왕피천으로 돌아와 잡힌 것이 단 1마리에 불과했다. 당시 한 신문에서는 ‘회귀 연어는 없다?’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최근 20년 이래 가장 많은 연어가 잡혔다고 한다.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 민물고기연구센터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왕피천에 설치한 그물을 확인해 봤더니 연어 3185마리(암 1612·수 1573)가 잡혔다고 한다.

경북도 통계에 의하면 1970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5만3355마리(연평균 약 1160마리)의 연어가 왕피천으로 되돌아왔다. 도가 연어 자원 회복을 위해 매년 인공부화·방류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방류한 연어는 왕피천에서 한 달쯤 머물다가 북태평양과 베링해 등 먼 바다로 나가 3~5년간 머문다. 바다에서 다자란 뒤에는 다시 모천(母川)으로 되돌아와 알을 낳은 뒤 생을 마친다.

연어는 어류를 잘 먹지 않는 서양인들이 즐겨 먹는 물고기 중 하나지만 그간 우리나라에는 흔한 물기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훈제연어나 연어 스테이크 등 요리법도 주로 서양에서 발달했다. 그런데 최근 주요 유통업체에서의 연어회 판매량이 국민 횟감인 광어보다 더 많이 팔려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울진 왕피천이나 강원도 양양 남대천 등에 올해처럼 연어가 많이 돌아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미지역 사람들처럼 연어고기를 많이 먹을지 모를 일이다. 시인 안도현이 “연어라는 말 속에서 강물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왕피천 연어 풍어 소식에 왠지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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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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