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까지 A관(12F)에서

안정희, 바라보기, 25x25cm Oil on canvas
동·서양화의 재료적 한계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기법과 사색을 통해 독창적 조형언어를 구축해 나가는 중견여류화가 안정희의 10번째 개인전이 대백프라자갤러리 기획으로 오는 29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12F)에서 전시되고 있다.

계명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동양화가 아닌 서양화 재료(유화)를 이용해 제작한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안정희의 근작들은 표현주의 기법을 이용해 제작한 정물화와 대지의 기운을 분출하는 산(山)을 주제로 표현된 단색조의 풍경화가 주종을 이룬다. 유희적 상상력이 주는 표현의 즐거움과 사물의 교감을 통해 얻어지는 내면적 윤택함은 작가가 오랜 시간 작업을 통해 얻어진 노력의 결실이다.

작가의 본능적 감각과 사물에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그의 정물화에서는 즉흥적 표현기법이 주는 자유로움과 두텁게 중첩된 물감의 두께가 주는 깊이를 탐닉해 볼 수 있다. 나이프를 이용해 표면을 종과 횡으로 여러 겹 덧칠한 화면에서 느껴지는 조형미는 마치 목판화에서 느끼는 투박한 칼맛의 표면 질감을 연상케 한다.

안정희, 바라보기, 90.9x90.9cm Oil on canvas
화사하게 피어난 꽃은 열정적인 원색으로 묘사되고 중첩된 배경의 혼재된 색감은 유채화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이러한 표현기법은 나이프 사용에서 오는 단조로움의 극복과 주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감각적인 대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단색조의 산맥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풍경화에는 자연의 생기와 역동성이 어우러져 산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화강석의 거친 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마티에르 속에서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을 구현하고 있으며, 계절마다 변화되는 자연의 색감을 감각적으로 담고 있다. 동양화 전공에서 오는 자연주의 정신과 먹빛의 생동감이 혼합된 공간해석은 작가만의 장점이며 독창성으로 보아도 무관할 것이다.

안정희, 바라보기, 100x100cm Oil on canvas
어렴풋이 구획된 산맥의 흐름은 한국적 미의식이 담긴 완만한 선으로 응결되어 고요함을 더해주고 있는데, 이는 적막함과 침묵이 흐르는 동양적 산수화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생략과 함축 그리고 은유적 메시지가 내재된 풍경화에는 작가의 맑은 정신과 순수한 마음을 그려내고 있는 듯 보인다.

‘바라보기’라는 연작 타이틀로 독자적 작품세계를 형성하며 창작을 이어가는 작가는 일상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소소한 모습을 예술가의 관심으로 사색하고 표현하는 일에 전념해 오고 있다. 3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가는 미술을 통한 사유적 경험과 수많은 기억 속에서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현재의 회화세계를 구축해 낼 수 있었다.

작가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던 수많은 사물과 장소 그리고 감정들은 물리적인 것들과 함께 잊히거나 망각되어지지만 그림 속에 스며든 감각의 편린(片鱗)으로 재조합되어 진다. 마치 한 폭의 수묵산수화를 접하며 느껴보는 편안함과 여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가는 아침마다 작업실로 출근해 느끼는 감정을 써내려간 작가노트의 한 부분을 보면 “그림 속에는 무한한 무언가가 있고,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자기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건 정말 매혹적인 일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지금의 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림 속에 담긴 희로애락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용기를 얻고…”를 통해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미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흐르는 시간을 막연히 바라보기 보다는 매일매일 새롭게 변화 하는 현실을 바라보고, 기억하고 싶은 자신의 존재감을 담는 것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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