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자성(自省). 스스로를 잘 살펴서 잘못을 고쳐 반성하는 것이 자성이다.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박사가 고백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경남 산청 시골마을에서 대구중학교로 유학을 했단다. 가난한 시골에서 대구로의 유학은 대단한 일이다. 1학기말 1학년 8반 68명 중 68등의 성적표. 그 성적표를 들고 고향에 돌아가자니 어린 마음에도 부모님 뵐 낯이 없어 성적을 1등으로 조작. 1등의 성적표를 받아본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지. 이번에 어쩌다 1등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기쁘구나.” 하고 동네어른들을 모시고 잔치를 열어주어 정작 거짓말을 한 본인은 죽을 맛이었단다. 바른대로 밝힐 수도 없고 부끄러워 머리만 쥐어박다가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면 정말 성적표를 1등으로 받아오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공부를 게을리 한 자신을 반성하고, 성적표를 위조한 자신을 반성하며 이를 악물고 노력하여 정말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되었고, 17년 후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것이 자성이다. 자신의 잘못을 혹독하게 반성한 자성이 경북대학교 총장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석가모니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자마자 한 손은 하늘, 한 손을 땅을 가리키고 사방 일곱 걸음을 걸으며 외쳤다는 말.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서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가 아니라, ‘하늘 위와 아래서 나를 존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오직 나 스스로 혼자뿐이다.’로 풀이하고 싶다. ‘우주에서 인간보다 더 존엄한 것은 없다’, ‘시방세계가 그대로 자신의 전신(全身)이다’라는 뜻으로도 쓰고 ‘불성(佛性)을 뜻하기도 한다지만, 자성(自省)의 입장에서 보면 끊임없이 반성하고, 수양하고, 단련하여 자신을 존귀한 존재로 만들어가는 것은 오직 자신인 것이다.

절차탁마(切磋琢磨)란 말이 있다. 보석은 사람이 광물의 원석을 자르고 끊고 쪼고 갈아서 더 좋은 보석으로 만들어 낸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존귀한 보석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큰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 있는 길도 결국은 자기 자신이 찾아 도달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형 가수가 ’테스 형‘이란 곡을 발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툭 던져놓고 간 의미를 모르겠단다. 그 뜻을 왜 모르겠나. 세상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도무지 자신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 특히 위정자들의 실상을 속 시원히 지적해 준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자를 포함해서 자성의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뜻일 것 같다.

금시작비(今是昨非)라는 말도 들먹여지고 있다. 어제까지는 틀렸고 오늘은 옳고 내일은 더 옳아야 할 것이다. 다시금 곱씹어 보아야 할 말이다. 하느님도, 부처님도, 예수님도 내가 나쁜 마음을 먹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어제도 틀리고 오늘도 틀리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자기 자신이다. 누가 나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소리를 하느냐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전에 나의 어제에 틀린 일이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해 보고 오늘은 틀린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흔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언행을 보고 싸늘한 조소를 보내거나 악의에 찬 독설을 내뱉기 십상이다. 그러나 자성의 태도를 지니는 것이 깨달음이다. 하늘을 보아도 땅을 보아도 자신을 존귀하게 해 줄 존재는 자신밖에는 없다는 사실의 깨달음이다. 자신을 존귀하게 만드는 자성의 깨달음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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