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횡포 법 위반·성희롱 의혹 등 도 넘은 각종 일탈에 골머리
대구시민단체, 2년 간의 기초의회 민낯 지목 "정당 적극 관여해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경북 284명·대구 116명 등 400명 기초의원이 탄생했지만 뇌물공여, 공직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성희롱 의혹 등 법 위반과 각종 논란이 일면서 기초의회의 민낯이 드러나 지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국회 등 의결 기관의 의장이 회의 개최·의안 상정·가결·부결·폐회 등을 선언할 때 사용하는 ‘의사봉’, 지역민에게는 파수꾼 역할을 하며 의사봉을 쉽게 내려칠 수 없게, 의사봉을 무겁게 만들어 주는 지방의원이 필요한 때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 8대 기초의회는 구의원들의 ‘자질’ 논란으로 얼룩졌다. 출범 이후 뇌물공여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업무추진비 유용, 음주운전, 성희롱 의혹 등 최근까지 법 위반과 각종 논란이 일면서 고소·고발까지 난무하는 실정이다. 대구참여연대와 대구의정참여센터를 비롯해 우리복지시민연합,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여성회 등 5개 시민사회·복지단체 대표들은 경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2년 사이 기초의회 곳곳에서 발생한 각종 논란 가운데 일탈수준이 가장 심각한 사례를 지목했다.

△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 줬다”…달서구의회 집단적 ‘일탈’.

시민단체 5곳 중 3곳은 달서구의회가 ‘자질’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꼽았다. 특히 자정노력이 없는 무책임한 모습까지 보여 지방의회에서 드러날 수 있는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회라고 시민단체는 지적했다.

달서구의회는 전반기 의장 자리를 놓고 12대 12로 다투다 무려 한 달 동안 파행을 거듭하면서 전국 ‘꼴찌’로 원 구성을 한 기초의회로 이름을 알렸다. 한 달여 동안 ‘감투싸움’을 벌인 과정에서 뇌물공여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화덕 구의원은 자신의 지지를 부탁하면서 동료 구의원에게 1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넨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에는 홍복조 구의원이 같은 당 소속 구의원의 ‘5분 발언’을 표절해 빈축을 샀고, 안대국 구의원은 동료의원의 폭로로 자신이 예약한 식당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막말’을 일삼았다는 논란이 번졌다.

업무추진비 유용, 공무원의 불법 사찰 논란이 계속되면서 달서구의회 소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업무추진비 유용은 지난 7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은 의원들과 전반기 부의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 4명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은 민주당 소속 이신자·김귀화 구의원에게 벌금 100만 원, 김정윤 구의원에게는 벌금 150만 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업무추진비 유용과 관련해 ‘공익제보자가 불법사찰을 했다’며 오히려 의회 공무원 3명을 업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고발했다. 시민단체는 ‘시민 세금을 도둑질한 사람들이 불법사찰을 당했다고 큰소리치며 고발까지 한 해괴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지역 21개 시민단체는 지난 2일 달서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윤 달서구의원은 의원직에서, 윤권근 달서구의장은 의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경북일보 DB

최근에는 ‘몸을 섞어 보면 그 사람의 관상을 알 수 있다’는 A구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논란이다. 여성 기자에게 원색적인 성희롱을 한 혐의로 고소된 A의원은 동료 구의원에게도 ‘몸을 주면 공천을 준다’는 식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구여성회 남은주 대표는 “성희롱·성폭력이 성과 관련된 문제로 생각하기 쉬운데, 자신이 상위에 있고 상대가 하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과 위계에 따른 문제다”며 “A 구의원도 여성을 아래로 보고 성 의식 없이 발언한 것”이라고 했다.

△ SNS 생중계로 큰소리치던 서구의회 의원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대구 시민단체 5곳 중 2곳은 ‘자질’이 의심스러운 인물로 서구의회 민부기 구의원을 꼽았다. 지난해 8월 민간업자를 통해 서구의회가 기부채납을 받아 설치해주는 것처럼 속여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1200만 원 상당의 공기청정 기능 환기창을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원이다. 민 구의원은 지난 20일 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SNS에서 특정 기자를 비하하고, 구청 출입기자들의 개인 정보가 담긴 사진을 SNS에 게시한 혐의(모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벌금 300만 원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그는 앞서 서구청 공무원 동의를 얻지 않은 채 페이스북 생중계를 진행하면서 호통을 치는 등 ‘갑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구청 공무원 노조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민 구의원과 관련된 갑질 제보만 10여 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과 9월에는 서구의회로부터 두 차례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았고, 민주당에서도 제명된 상태다.

백경록 대구의정참여센터장은 “달서구의회 사건·사고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아 판단을 유보하겠다”면서 “아직 석면을 제거하지 못한 초등학교가 많은데, 자기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환기창을 설치하는 데 급급했던 사람이 구의원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대구여성회는 지난 17일 오전 대구 달서구의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A달서구의원을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경북일보 DB

△계속된 논란 속 ‘갑질’ 문제도.

달서구의회와 서구의회 의원 사례 외에도 논란은 기초의회 곳곳에서 불거졌다. 중구의회 신범식 구의원은 당선 1년 만에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나가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겸직이 금지돼 있다. 신 구의원이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되면 구의원직에 물러나야 하는데, 시민단체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한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당선되면 연봉 1억 원의 새마을이사장을 하고, 안 되면 의원을 하겠다는 심보는 해당 의원에게 투표한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정치 윤리상 재현돼서는 안될 일이다”고 강조했다.

동구의회에서는 지난 7월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동료 의원들에게 돈 봉투 등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동료의원과 주변인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B 구의원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했지만, B 구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갑질’ 문제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날 조짐을 보인다. 지난 11일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 북구지부(이하 노조)가 진행한 ‘2020년 존경하는 간부공무원 설문조사’에는 구의원 갑질 문제에 대한 애로도 담겨 있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북구청 6급 이하 공무원 총 1017명 가운데 568명(55.8%)이 간부공무원 모범사례와 부적절한 언행 외 ‘노조에 바라는 점’에 답했는데, 일부가 ‘구의원의 갑질 근절 방안 마련 및 구의회 부당 행위 견제’ 등을 요청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북구청 한 관계자는 “‘갑질’ 수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의원은 4명 정도다”며 “필요 없는 자료를 요구하기도 하고, 언행에서도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는 각종 일탈과 논란, 무책임한 행태에 정당이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정당은 기초의원 공천 과정부터 검증하고, 공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문제가 생기면 철저히 징계하고,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규범을 지킬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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