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청구·직무배제‘로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던 대검찰청 지휘부가 추미애 법무 장관이 임명한 친여권 검사들로 장악되면서 여권이 권력형 비리수사를 덮기 위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장 여당 정치인 연루 의혹이 있는 라임 펀드 사태와 울산 선거개입 사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등은 규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1년 가까이 이어온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내년도 본예산 처리, 주요 법안 통과까지 맞물리면서 정국이 벼랑 끝 대치 양상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추 장관의 직무배제 결정을 옹호하면서 윤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법무부의 신속한 징계 절차를 촉구하는 동시에 국회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 들며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 혐의는 충격적으로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향후 절차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달라”며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당에서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법치유린”으로 규정하며, “(정부·여당이)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들과 회의를 열고 “우리 헌정사나 법조사에 흑역사로 남을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정권의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히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고, 추 장관 경질을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직무배제 사태에 대한 현안 질의를 위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출석하는 법사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추진했으나, 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회의 15분여 만에 산회를 선포해 무산됐다.

여야 대립이 심화하면서 이날 예정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와 공수처법 개정 논의를 위한 법사위 법안소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여당 단독으로 정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여파로 이날 오전 예정됐던 정보위 예산소위의 국정원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무산됐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정면 대치가 막바지로 접어든 예산안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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