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대구취재본부 기자

‘지방의회 무용론’

근래 대구에서 벌어지는 기초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달서구의회는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가 8대 기초의회 중 최악의 의회로 꼽았다. 전반기 의장단 구성부터 파행을 거듭하며 감투싸움을 하더니 뇌물공여 사실까지 드러났다.

점입가경으로 올해 달서구의회는 업무추진비 유용으로 내홍까지 겪고 있다.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번졌고, 민주당 의원 3명은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 원∼150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판사 앞에서 선처를 바란다던 민주당 의원들은 법정 밖을 나서자마자 공무원 3명에 대해 ‘불법사찰’을 통해 해당 사실을 제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는 “세금을 도둑질한 사람들이 불법 사찰을 당했다고 큰소리치며 고발까지 한 해괴한 사태”라고 비난했다.

기초의원 자질 논란은 달서구의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구의회의 민부기 의원은 서구의회가 기부채납을 받아 설치해주는 것처럼 속여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교실에 공기청정 기능 환기창을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 의원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모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덤이다.

그 밖에도 음주운전, 갑질 등 자질 논란이 일지 않은 기초의회를 떠올리기 힘든 실정이다.

자질이 부족한 이들에게 시민의 혈세가 쓰이는 게 아깝다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려면 원활한 지방의회가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실망스럽다고 해서 지방의회 존재 자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지방의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정당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는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초의원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대구지역 정당들이 취해온 방식은 ‘손절’격인 제명 조치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부작용만 양산하는 ‘정당공천제’ 자체를 폐지하자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한 설문 조사에서 정당공천이 선거비용이 덜 들고 선거과정에서 고생도 덜 한다며 대다수 지방의원이 정당공천제를 찬성한 바 있다.

결국 지방의회를 바로 세우는 칼은 시민들에게 있다. 다행히 주민들을 위해 밤낮없이 발로 뛰는, 지방자치를 지키는 파수꾼 같은 지방의원들도 많다. 다음 지방선거 때 후회 없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지방의회의 감시자가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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