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피고인 상고 기각

10년지기 지인을 흉기로 살해한 50대가 징역 13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4)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대구고법 제1형사부(김연우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6일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이가 감나무에 범행에 사용된 칼을 꽂아두는 등 행동이 다소 이상하기는 했지만 알코올중독 치료 경험에다 만취 상태를 고려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일관된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죄질과 범정이 매우 무겁고,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방치하고 구호조치도 하지 않았다”면서 “신체장애에 대한 모욕적인 피해자의 말을 듣고 술에 취해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14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쳐 장애 6급 판정을 받은 A씨는 B씨, C씨와 경북 청도군에서 10년 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면서 종종 술을 마셨다. 지난해 1월 20일 오후 4시께 지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경산시로 나간 A씨는 B씨를 만났고, 5시간 뒤에는 C씨도 합류해 청도군에 있는 단란주점으로 가 함께 술을 마셨다. 주점 사장과 실랑이 끝에 술값은 외상으로 하기로 했고, 21일 새벽 1시 25분께 A씨의 집으로 갔다. 오전 7시 40분께는 A씨의 부탁을 받은 택시기사가 술을 전해주고 가기도 했다. 오후 1시 9분께 C씨는 A씨의 집에서 나와 품속에서 흉기 2자루를 꺼내 감나무에 꽂아두고 근처 도로에 누웠다가 오후 2시께 다리가 아프다며 주민에게 신고를 부탁해 출동한 구급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께 지인에게 “C씨가 B씨를 죽이고 도망갔다”고 알렸고, 지인의 차량을 타고 파출소에 가서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C씨가 B씨와 다투다 B씨를 살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수면제와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깨어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사실은 이렇다. 1월 21일 오후 1시께 A씨는 자신의 집에서 B씨, C씨와 술을 마시던 중 “장사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B씨는 “다리도 편치 않은 데 무슨 장사를 하느냐”고 되받았고, A씨는 서랍장에 있던 30㎝ 길이의 흉기를 꺼내 B씨를 위협했다. 다시 B씨는 “남은 다리도 마저 잘라줄까”라고 비난했고, 화가 난 A씨는 B씨의 오른쪽 등 부위를 한 차례 찔렀다.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A씨는 피해자를 찔러 살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구체적인 상황이나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10년 넘게 만난 피해자와 특별한 문제도 없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만한 특별한 동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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