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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스포츠공정위의 주목적은 선수보호다
[데스크칼럼] 스포츠공정위의 주목적은 선수보호다
  • 이종욱 편집 부국장
  • 승인 2020년 11월 29일 16시 4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1월 30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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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편집 부국장
이종욱 편집 부국장

지난 9일 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숙소를 이탈해 음주 후 교통사고를 야기한 마라톤 국가대표 3명에 대해 영구제명·자격정지 3년~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 마라톤 대표팀 총감독과 코치 역시 ‘마라톤 국가대표팀 선수단 관리 소홀’ 혐의로 보직 해임했으며, 마라톤경기력향상위원장은 자진 사퇴했다.

이에 앞서 경북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6일 ‘2018년 경북도체육회 여자컬링팀 호소문’ 사태와 관련 김경두 전 경북컬링협회장과 장반석 전 경북체육회 컬링팀 지도자에게 자격정지 3년, 오세정 전경북컬링협회장에 자격정지 1년 6월, 김민정 전 경북체육회 여자컬링팀 지도자에 자격정지 1년의 결정을 내렸다.

언뜻 보면 물의를 야기시킨 당사자들에게 일벌백계를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선수들에게만 유독 가혹하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먼저 마라톤선수의 징계를 살펴보면 공식적으로는 영구제명 1명과 자격정지 2명(3년·1년)이지만 마라톤 특성상 자격정지 3년은 사실상 영구제명이나 다름없다.

음주운전과 음주운전교통사고가 단순한 징계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합당한 처벌로 보이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운동만 해 오던 젊은 선수의 미래가 끊긴 셈이다.

이들이 이전에도 이 같은 일을 벌였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황영조·이봉주 이후 마땅한 후계자를 차지 못하고 있는 한국 마라톤 현실 상 엄청난 손실이자 당사자의 삶 역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반면 경북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컬링 지도자 등에 대한 징계를 살펴보면 공식적으로는 전 협회장 및 지도자 등에게 자격정지 3년에서 1년의 중징계가 내려진 듯 보인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는 자격정지가 사실상 선수생활 사형선고나 다름없지만 지도자 등에게 있어 자격정지란 ‘잠시 물러선 것’ 정도의 의미일 뿐이다.

실제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영구제명됐던 심판이 5년 만에 현장에 복귀해 올 시즌에도 버젓이 심판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컬링사태의 경우 문제의 발단이 된 선수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징계 결정의 심각성이 있다.

호소문을 발표했던 ‘팀킴’은 사태가 발생한 후 2년여의 공백을 깨고 최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3회 연속 동계 올림픽 출전을 향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런 그들에게 ‘호소문 사태’로 징계를 받았던 지도자들이 현장으로 되돌아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불을 보듯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번 징계결과를 보면서 ‘스포츠공정위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전문가를 스포츠공정위원으로 포함시킬 것을 권고한 배경에는 ‘상대적 약자인 선수 보호’라는 목적이 이었지만 대한체육회 규약이나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어디에도 ‘선수보호’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스포츠공정위가 굳이 나서서 선수보호를 생각해야 할 이유도 없고, 그저 상정된 사안에 대해 법적(징계규정)판단만 내리면 끝인 관심 없는 기구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순간 실수가 청춘을 바쳐온 선수생활 포기라는 가혹한 처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불가피하게 됐다.

‘팀킴’사태 역시 피해자들이었음에도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차제에 대한체육회는 제2의 고 최숙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포츠공정위의 존재목적을 되살피고, 본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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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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