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윤석열 총장은 2019년 7월 25일, 추미애 장관은 2020년 1월 2일 취임했다. 검찰 인사와 수사방식에서 이들 2인이 사사건건 부딪치는 바람에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급기야 2020년 11월 24일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회부’와 ‘직무 정지’를 단행하였다. 검사징계법 제2조 ‘징계 사유’와 제8조 2항 ‘징계혐의자 직무 정지’에 근거한 조치였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하면서,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고 26일 “직무 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이고, 검찰총장은 법무부 외청인 검찰의 수장이다. 이러한 정무적 관계의 정립을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추미애 장관의 공격은 윤석열 총장을 향한다. 7월 2일과 10월 19일 2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측근과 가족 연루를 근거로 윤석열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11월 24일 검사징계법 제2조 ‘검사로서의 의무위반’을 내세워 윤석열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위원회에 넘겼다.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지휘 금지”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를 무력화하기도 한다. 11월 5일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유용’과 11월 25일 ‘판사 불법사찰’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대검 감찰부에 감찰을 지시했다. 26일에는 ‘판사 사찰’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개혁에 윤 총장이 최대 방해물이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윤 총장은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 통제로 판단하고,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중이다.

먼저 추미애 장관의 직무능력에 문제가 있다.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의 국정 전반을 보좌하며, 자신이 소속된 부서의 공무원을 통할한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국가공무원법 제1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장관은 부처 소속 공무원에게 정부의 기조와 정책이 스며들도록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장관과 공무원 사이에 파열음이 난다면, 이미 장관으로서 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추 장관은 취임부터 지금까지 대검찰청을 통제하려고 할 뿐,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 반발하는 대검찰청을 진압하기 위해 법과 규정을 들이대고, 때로는 법무부 장관이 가진 권력을 휘둘렀을 뿐이다. 장관의 직무에 대한 무지와 장관으로서의 무능력이 만든 대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 민주적 리더십은 중재 능력이다. 대통령은 각 부처 간 혹은 부처 내에 이해충돌이 있으면, 이를 조정하여 조직을 원활하게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을 조장했다.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10월 26일),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신임메시지를 보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했다(10월 20일).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도 침묵했다. ‘윤 총장의 직무 정지와 징계’를 보고받고도(11월 24일), 아무런 언급도 조치도 없었다. 또다시 침묵이다. 이들 2인 간 교집합 산출을 포기하고, 추 장관의 검찰운용 방향에 동조한 결과다. 게다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윤 총장을 해임하려는 전략은 비겁하기까지 하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은 마이웨이다. 추 장관은 검사징계위원회를 통해 윤 총장을 해임하려 한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조치에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람자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갈팡질팡 엉망진창이다. 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에 유불리만 계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지지율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검찰은 윤 총장에 대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추 장관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 고검장 6명 전원과 지검장 20명 중 17명이 합류했으며, 평검사도 대규모로 동참하고 있다.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협을 비롯하여 참여연대와 경실련 같은 진보단체도 마찬가지다. 추 장관이 승리하든 윤 총장이 승리하든 결과와 관계없이, 이건 국가에서 벌어질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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