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299인 사업장 계도 기간 연말 종료 강행
위반 기업 4개월 내 시정 안하면 처벌…업계 '비상'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올해 말이면 50∼299인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이 종료된다”며 “내년에도 여전히 주 52시간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단축 자율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 52시간제의 현장 안착을 지속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연합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올해 말이면 50∼299인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이 종료된다”며 “내년에도 여전히 주 52시간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단축 자율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 52시간제의 현장 안착을 지속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연합

내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을 위반하는 중소기업은 4개월 내 시정조치를 안 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50∼299인 사업장에 부여한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을 예정대로 올해 말 종료한다고 밝혔다.

2018년 3월 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50∼299인 사업장은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이지만, 노동부는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1년 동안 계도 기간을 부여했다.

사실상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허용한 셈이다.

계도기간에는 노동자의 진정 등으로 주 52시간제 위반이 확인돼도 충분한 시정 기간이 부여돼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주 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면 1차 시정 기간 3개월에 2차 시정 기간 1개월을 합해 최장 4개월이 부여되는데 계도 기간에는 2차 시정 기간이 3개월로 늘어난다. 최장 6개월 동안 문제를 시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 장관은 계도 기간 종료에 대해 “통상적인 법 적용 상태로 복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이 종료되는 50∼299인 사업장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DB) 기준으로 2만4179곳이고 근로자는 약 253만 명에 달한다.

노동부는 이들 사업장의 전수 조사를 통해 주 52시간제 시행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동부가 지난 9월 전문 조사업체에 의뢰해 진행한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299인 기업의 81.1%가 이미 주 52시간제를 준수 중이었고 91.1%는 내년에 준수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 자체 조사 결과와는 차이가 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26일∼이달 6일 전국 중소기업 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아직도 준비가 덜 됐다는 응답이 39.0%나 됐다.

중기중앙회 조사는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노동부 전수 조사와는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노동부가 계도 기간을 연장하라는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는 지금까지 충분한 준비 기간을 줬다는 고려도 작용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 52시간제를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8년 7월, 50∼299인 사업장은 올해 1월, 5∼49인 사업장은 내년 7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주 52시간제를 순차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소규모 사업장에는 그만큼 준비 기간을 많이 준 것이다.

50∼299인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개정 시점(2018년 3월)부터 계도 기간을 포함해 준비 기간이 2년 9개월이나 된다.

계도 기간을 연장한다면 법 집행 의지 자체를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의 법 집행 의지가 의심받으면 산업 현장의 주 52시간제는 유명무실화할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제를 없애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현실화할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문제는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5∼49인 사업장이다.

이들은 인력과 재정 등 여건이 열악해 주 52시간제 시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부는 전국 지방노동관서에 ‘노동시간 단축 현장 지원단’을 꾸려 영세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재갑 장관은 “올해 5월 국회에서 한 설문조사에서 주 52시간제는 국민이 뽑은 제20대 국회 좋은 입법 중 사회·문화·환경 분야 1위였다”며 “주 52시간제가 조속히 안착해 국민 삶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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