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 쓴 역사 장편소설 ‘가락국왕 김수로 0048’.
김행수 영화감독이 ‘가락국왕 김수로 0048’을 출간했다.

신라와 백제, 일본인까지 드나든 요충지 김해를 중심으로 한 가야국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작품은 김수로, 왕비 붓디만, 가락 최초의 여전사 마리, 제사장 해발루 등 중심인물을 통해 가야의 탄생 과정을 풀어간다. 대륙에 있던 삼한 중 변한이 한반도로 이주한 것과 가야인들이 왜섬으로 진출해 가락촌을 건설한다는 설정이다.

가야는 제4의 제국도 미완의 제국도 아닌 520년간 역사 속에 실재해 빛나던 해상왕국이었다.

실향민이 고향을 가기 위해 평생을 소원하다 결국 가지 못하고, 대를 이어 너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향에 가길 바란다는 조상의 유언이 된 관계가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관계라고 김 감독은 생각한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추천의 글’을 통해 “김행수 감독의 대가락국 역사소설 ‘가락국왕 김수로 0048’의 가치는 무엇보다 일제 식민사관에서 벗어난 역사소설이라는 점”이라며 “김수로왕과 허 황후 이야기를 ‘신화에서 역사로’ 승화시켰다”고 평했다.

소설 속 가야불교에 대해 과감한 해석과 묘사도 돋보인다.

김행수 영화감독
서기전 500여 년 전 고타마 싯다르타의 여섯 번째 제자 발타라 존자가 탐라에 와서 존자암을 세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불가에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던 전승일 듯싶다. 이런 연기(緣起)는 서기 47년 가야 최초의 사찰인 호계암이 세워지는 것으로 꽃을 피운다.

또한 붓디만 공주의 오라비인 흔지발라는 인도 수행자인데, 그가 가야불교 전승에서 일찍이 가야에 불교를 가지고 왔다는 장유화상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과 가야의 여전사 마리가 가락국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이야기 등이 마치 영화화면을 보는 듯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김 감독은 대륙에 있던 삼한 중 변한이 한반도로 이주한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가야인들이 왜섬으로 진출해 가락촌을 건설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 소장은 “김행수 감독이 북한학계의 분국설을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민족이동사의 관점에서 한국 고대사를 바라보니 일본 열도는 자연히 가야인들의 진출무대가 되는 것이다”며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우리 역사를 반도로 가두어두었던 반도사관의 좁은 틀을 깨고 광활한 대륙과 해양을 넘나들었던 우리 선조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영화감독일 뿐 역사학자가 아니다”는 김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 영화를 만들기 위한 수순으로 소설 ‘가락국왕 김수로 0048’을 썼다”고 서평을 통해 밝혔다.

이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들여다본 가락국왕 김수로는, 2000년 전 해상의 안개에 갇혀 아직도 표류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 안개를 걷어내고 햇빛 찬란한 바다 위로 뱃길을 열어 주고자 한다”고 기대했다.

김 감독은 현재 영화학교 밀짚모자 교장, 대한민국 청소년 세상충돌기 공모전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320면, 도서출판 말벗, 2만 원.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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