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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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과 파랑, 하얀색의 회전간판이 돌아가는 남성들의 머리 깎는 곳을 보통 이용원(理容院), 이발관(理髮館)이라 한다. 크지 않은 가게에다 관청 시설을 뜻하는 ‘원(院)’이나 귀인의 숙소를 뜻하는 ‘관(館)’ 등 제법 그럴듯한 접미사를 붙였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가 신사의 상징이어서 좀 멋을 부린 호칭이지 싶다. 하지만 유독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이발소(理髮所)나 이용소(理容所)라는 명칭을 많이 쓴다.

이에 비해 미용실(美容室)은 거실이나 거처(居處)를 뜻하는 ‘실(室)’ 자를 쓴 것도 흥미롭다. 미용실은 머리 손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나 얼굴 모습을 아름답게 꾸미는 곳으로 처음에는 여성들만 이용하는 공간이었다.

지난 2005년, 이용원과 미용실의 ‘바리캉 결투’가 벌어졌다. 이용사회가 복지부에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을 때 쓰는 클리퍼(일명 바리캉) 사용을 못하게 규제를 요청했다. 미용업소가 바리캉으로 이발하는 것은 ‘공중위생법상 미용사의 면허 이외의 업무’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용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용업의 업무 범위를 파마, 머리카락 자르기, 머리카락 모양내기 등으로 하고, 이용업은 이발, 아이론, 면도 등으로 규정했다.

이 ‘바리캉과 가위의 결투’는 시사하는 점이 크다. 남성들의 미용실 이용이 급격하게 늘면서 이용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논쟁이 일어난 전후를 기점으로 미용실이 득세하면서 전국의 이용원은 급격하게 줄고 미용실 수가 급증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에 11만179곳의 미용실이 영업 중이다. 특히 대구와 경북이 인구대비 미용실 수가 많다. 대구에는 미용실이 6313곳으로 인구 1만 명 당 26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1만 명 당 2곳에 불과한 미국의 13배다. 경북도 25.4곳이나 된다. 공급과잉, 미용실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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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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