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 넘나드는 서정성의 힘

차영호 시인
차영호 시인

차영호 시인이 시집 ‘목성에서 말타기’를 냈다. 차 시인의 네 번 째 시집이다. 예술이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면서 외마디 소리를 해대는 시인들이 있지만 사실 시의 작용은 보들레르적 서정성이 근본이다. 이런 점에서 차 시인은 시의 원리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다는 이 시대야말로 진정 낭만과 서정이 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영호 시집 ‘목성에서 말타기’

“삼십년 만에 창호지로 문을 바른 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촉촉 추억에 젖은 밤새가 울고/ 누구신가요/ 해끗해끗 나비 떼 날리는 그대/ 웅크린 실루엣 너머 진즉부터 매콤한 체취가 문풍지를 적십니다//~”(시 ‘매향연서’ 첫연)

차 시인은 이렇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서정성의 힘을 보여준다. 김상환 시인도 차 시인의 시에 대해 “그는 말과 사물의 친연성을 최대한으로 확보해 서정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새롭게 선사한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또 “물과 별, 꽃과 새의 중심 이미지와 상상적 공간은 편의적 읽기가 가능해 보여도, 거기에는 시인의 혼신이 녹아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고영민 시인도 동의한다. 고 시인은 차 시인의 시에 대해 “그는 서정시가 나를 회복하는 눈물겨운 여정이며, 특정한 시대에 한정되지 않고 언제나 되돌아갈 수 있는 원형적 세계임을 이번 시집에서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너는 그리움 분무기/ 저무는 하늘에 이내를 갈아 곱게 뿌리고/ 저 멀리 산그늘 밑으로는 잔별가루를/ 솔솔//어린 내가 장고개 외딴집 사랑에 살 때/ 모기장 속에 뿜겨오던/ 촘촘한 저녁의 입자와 같이//~중략~//늘 내 입안을 맴돌면서도/ 나랑 공범이기를 부정하며 흘러만 가는/ 그대여// 그 곡조 웅얼거리기는/ 가없는 우주에 좌르륵좌르륵/ 무궁동(無窮動)의 쇠구슬 쏟기”(시 ‘흘러간 그 노래’ 부분)

보들레르가 시인을 ‘지상에 유배된 거인’이라고 했듯이 차 시인은 현실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시의 집을 짓고 있다. 그의 상상력은 나무와 꽃에서 별과 우주로, 지상에서 영원으로 확장해 간다.곽성일기자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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