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수험생 찾기 어려워…수능특수 사라진 상인들 '울상'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거사를 치렀지만, 마음 편하게 주말을 즐기는 수험생은 드물었다. 수능 이후 예정된 논술·면접과 원서접수 등 대입일정을 준비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가를 즐기는 분위기가 위축된 탓으로 보인다.
수능 이후 첫 주말인 지난 5일 포항 북구 중앙동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는 한산했다. 각종 음식점과 상점들이 밀집돼 학생·가족들이 자주 찾는 상가거리가 주말임에도 시민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옷 가게 등 수많은 매장에는 손님 하나 없이 노랫소리만 흘러나왔다.
특히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휴장에 들어간 ‘영일만친구 야시장’ 길목에는 방문객이 없어 영업 중인 매장보다 휴업에 들어간 곳이 더 많은 수준이었다.
한 신발가게 앞에서 만난 수험생 임모(18)양은 “운동화를 사기 위해 친구와 함께 가게를 찾았지만, 최근 포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어 오래 머물기 무섭다”며 “얼른 귀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포항 남구 상도동에 있는 8층 규모 복합쇼핑몰도 손에 꼽을 만큼 손님이 적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12월 한 달 동안 수험생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손님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올해 경기가 어려워 고민 끝에 내린 이벤트였는데 큰 효과가 없어 허탈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는 적잖은 시민이 몰렸지만, 수험생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수험생에게 특별히 시간을 2배로 제공한다는 PC방이나 2개월 이용료를 수험생에게 할인해주는 헬스장, 모든 음료 수험생 1000원 할인을 내건 카페 등 동성로 거리 곳곳에서 수능을 치른 학생들과 관련된 행사가 열렸으나 수험생의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개점한 스파크랜드는 수험생에게 자유이용권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수요 자체에 변화는 없었다.
평소 주말(하루 평균)마다 1000∼2000명이 타던 관람차는 이날 1000명도 탑승하지 않았다.
황병윤(23) 스파크랜드 사원은 “이용자 수가 수요일이나 목요일 수준이다”며 “고3 할인 혜택을 받은 손님도 거의 못 봤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동전노래방도 발길이 줄었다. 최근 동성로와 대명동 계명대학교 인근 등 도심 동전노래방을 다녀간 이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동전노래방 방문을 꺼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험생 특수를 노린 상인들도 수험생이 발자취를 감추자 매출 걱정이 앞섰다.
한 샌드위치 판매점 직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수능 특수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오히려 매출이 나오지 않아 주변에 문 닫는 가게가 많고, 우리도 문을 닫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올 연말까지는 수험생들이 바깥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리 곳곳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코로나19 재확산에 학교에서도 수능 난이도와 관련된 이야기나 대학합격 여부를 나누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면접이 남아 있는 수험생은 ‘친구를 만나지 못해 노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을 설명하면서도 ‘스터디그룹’을 만들지 못해 집에서 홀로 면접을 준비하는데, 수능이 끝난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도 밝혔다.
2·28기념중앙공원 인근에서 만난 능인고등학교 3학년 이한경·채승민군은 내년을 기대했다.
카페에 들렀다가 귀가 중이었던 이군과 채군은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이 다 놀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이 위축된 것 같다”면서도 “놀 계획은 계속 잡고 있다. 친구들이랑 내년 1월 1일에 술을 먹기로 약속한 상태다”고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