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자동차 대여업자 A씨는 주식투자 실패로 생활이 궁핍해지자 엉뚱한 생각을 했다. 무등록 수입차 렌터카업자로부터 매달 250~700만 원에 고급 외제 차량을 빌려 불특정 다수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목돈을 받고 차량을 대여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게 계획이다.

A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고급 외제 차량 대여를 원하는 피해자 B씨 등 53명에게 차종에 따라 보증금 명목으로 1000만~5500만 원을 내면 1년 동안 차량을 빌려주고, 반납할 때 원하면 언제든지 보증금의 5~10%를 공제하고 돌려주겠다고 유인해 20억 원이 넘는 보증금을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A씨에게 차량을 불법으로 빌려준 업자들이 차량 회수가 어려워지자 보증금을 받고 빌려준 차량을 몰래 가져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A씨는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관할 시·도지사에게 등록하지 않은 채 무등록 자동차 대여업자로부터 빌린 벤츠 마이바흐 자동차를 보증금 35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빌려주는 등 170대의 외제 차량 보증금 43억5900여만 원을 받고 무등록 대여업을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신용불량 상태였던 A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렌터카 사업 자금 명목으로 지인에게서 4억39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채고, 지인 명으로 구매한 시가 1억8500만 원 상당의 아우디 자동차를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그칠 줄 몰랐던 A씨 범행은 다수의 피해 신고를 접수한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급 외제 차량을 값싼 보증금으로 빌릴 수 있다는 발상을 하는 자체가 사기범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면서 “고급 외제 차량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김형태 부장판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4년 10월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장기간에 걸쳐 불법 자동차 대여사업을 하면서 수익구조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무모하게 자동차 시세 대비 아주 저렴한 보증금을 내세워 고급 외제 차량을 선호하는 피해자들을 유인해 대량의 피해자를 양산했다”면서 “종전에도 불법 자동차 대여사업을 감행하다가 집행유예의 관대한 처벌을 받았는데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중하고 재범 위험성도 우려돼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하는 게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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