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벌써 달력이 한 장 달랑 남았다. 세월의 빠름 속에 아쉬움을 새삼 느낀다. 계절의 순환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금년에는 코로나 19관계로 초등학교 동기들과의 만남도 뜸해졌었다. 그런 와중에 몇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다. 가까운 벗들이나 지인들과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연말을 맞게 되었다. 흔히 하는 말로 75km로 달려온 셈이다.

송무백열(松茂栢悅), 혜분난비(蕙焚蘭悲)라는 말이 있다. 진(晉)나라 시대의 ‘육기(陸機)가 쓴 ‘탄서부(歎逝賦)’에 나오는 글귀다. “인생의 짧음이여, 누가 능히 오래 살 수 있단 말인가. 시간은 홀연히 다시 돌아오지 않고 노년은 다가와 저물려고 하네.”라고 탄식한 말 뒤에 따라 나오는 구절이다. 소나무가 무성해지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혜란이 불에 타면 난이 슬퍼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친구가 잘되면 모두 함께 기뻐하고 친구가 어려운 일을 당하면 함께 걱정한다는 말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이다. 사촌만이겠는가. 형제, 친구도 그렇다는 말이다. 오래전 일이다. 운전면허시험을 보러 갔던 일이 생각난다. 나보다 먼저 시험을 보고 떨어진 친구가 연달아 내가 낙방을 하니 내가 합격할까 봐 걱정했다고 했다. 같이 떨어지니 덜 부끄럽다는 뜻이었다. 솔직해서 좋다고 대답하고 함께 막걸리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실패했지만 너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말이 있지만 같이 죽지는 말고 같이 사는 방법만 모색했으면 좋겠다.

지금 검찰개혁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개혁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좀 늦더라고 방법을 가려서 차근차근 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에서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가 보장된 사람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약점을 찾느라 기진맥진 힘을 빼고 있다. 정작 검찰개혁의 내용은 묻혀버렸다. 앙숙의 만남도 아니다. 삭이지 못한 분노가 공격적으로 표출되어도 곤란하고 차가운 미소로 번져서도 안 된다. 시간을 두고 차분히 접근할 일이다. 대한민국이 금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번영해 갈 나라다.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할 일이다.

병은 의사가 고치는 것이 아니다. 몸 안의 자연치유력으로 병을 고친다. 자연치유력이 망가지면 의사도 손을 댈 수 없다고 한다. 의사는 자연치유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체력을 증진시켜 가면서 병을 다스려야 한다. 항생제를 과다 투여해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에서도 항생제 요법을 몇 번 써 보았다. 인사권, 수사지휘권, 특수 활동비 감찰, 휴대폰 비밀번호 풀기 법 제정 등의 항생제 처방을 내 보았지만 신통치 않다. 곧 공수처 법이 가동될 것이다. 오늘 또는 금년만 살고 치울 것처럼 전 방위적인 공격이나 마구잡이식 처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당사자들도 피곤하겠지만 국민이 너무 피곤하다.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 했다. 정부여당이 소나무면 야당은 잣나무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더 좋은 길을 모색하는 동반자다. 방법이 서로 다를 뿐이지 국민을 잘살게 하고자 정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동반자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관계다. 소나무와 재선충의 관계는 아니다. 법무부와 검찰청이 남이 아니다. 검찰이 외부의 바람을 받지 않도록 법무부가 막아주어야 하고, 쥐고 흔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법을 통해서 사회기강을 바로잡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려는 숭고한 일들을 함께하는 정부조직이다. 국민을 편 가르거나 피곤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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