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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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태어나지 않고 길러진다.’ 독일 기독민주당(기민당) 연합 청년조직인 ‘융에 우니온(Junge Union·청년당)’의 기치다. 융에 우니온은 정치 50%·놀이 50%, 학교와 지역에서 정치를 즐기며 배우게 한다.

융에 우니온은 14살에서 35살까지의 청년이 가입할 수 있다. 독일 내 지역조직이 466개, 회원 수가 12만 명이나 된다. 김나지움(독일의 중학교)부터 의제를 발굴해 토론하고, 그 결과를 지도부에 전하는 훈련을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나 인종차별 등 국가 단위 정책에 대한 고민도 기성 정치권과 공유한다. 10대 때부터 정치를 체득한 이들에겐 청년정치와 기성정치 사이의 간극이 없다.

청년이 정계에 입문하면 정치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정당이 한 정치인의 성장 과정을 적극 돕는다.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투자인 것이다. 오랜 시간 정치를 배우고 역량을 키우는 문화가 ‘융에 우니온’이다. 이렇게 해서 키운 정치 세대가 다음 세대를 준비하게 하는 정치인 양성의 선순환 구조다.

‘꼰대당’ 이미지로 청년 정치인력 충원에 취약점을 안고 있는 ‘국민의힘’이 6일 독자적 청년정당인 ‘청년 국민의힘(청년의힘·공동대표 김병욱·황보승희)’을 출범시켰다. 당 속의 당인 ‘청년의힘’은 자체적 운영을 위해 예산권과 사업권, 의결권, 인사권 등을 가진다고 한다.

‘청년의힘’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장기 정치 비전이다. 김 위원장은 1964년 독일로 가서 뮌스터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청년의힘’은 ‘독일통’ 김 위원장의 독일 기민당을 모델로 한 당 개혁 작업의 실험인 셈이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자고 나면 당의 간판을 바꿔 다는 우리 정치 풍토에 외국모델의 접목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여기에다 기초체력이 빈약한 국민의힘이 느긋하게 청년정치인을 키워낼 수 있을 지도 기대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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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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