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두고 국민의 힘 내부에서 찬반 논쟁으로 뒤끓고 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을 ‘거여폭주’로 밀어붙여 통과시키고 여기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법문(法門)혈투가 엄혹한 상황에서 야당 내부에서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상황은 국민들 눈에는 ‘넌덜머리 정당’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꼴로 보인다. 왜 이렇게 정신들을 못 차리고 있을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4월 총선에서 잇따른 패배를 벌써 잊어버린 것인가.

발단의 사단을 만든 김 비대위원장도 당 내부에서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한 사과 문제 하나 매듭짓지 못하고 분열상을 초래한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하겠다. 지나친 독단적 판단은 반대 세력으로부터 저항을 받는 것은 당연한 귀결점이다. 반대 의견을 가진 세력들과 최소한의 공감대를 만들어 놓는 것이 순서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민주당 의석(비례대표)에 앉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을 했다. 그런 그가 미래통합당에 참여해 창당을 할 때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었다. 이제 와서 대국민 사과안을 불쑥 내어놓아 당내 분란을 만들었다. 특히 김 비대위원장과 투톱으로 호흡을 맞춰 온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과 문제에 대해 “보궐선거를 앞두고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느냐”며 김 비대위원장 면전에서 반발을 했다. 반대를 표명한 주 원내대표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찬성표를 던지고 탈당을 해 바른정당으로 간 이력이 있다. 주 원내대표도 지금 와서 탄핵의 가해자인 스스로가 사과에 동참한다는 것은 자기 모순적 행위에 빠지게 돼 반대를 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 외곽에서 복당을 추진 중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굴종의 길’이라”며 “이는 문재인 정권 출범의 정당성 인정과 지난 4년간 폭정을 받아들이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 세력에 가세를 했다. 당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며 “정통성 없는 임시기구의 장이 당의 역사까지 독단적으로 재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 원내 대변인 배현진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을 향해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나”라며 “굳이 뜬금없는 사과를 하겠다면 ‘문재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 주셔야 맞지 않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내 반발에 대해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으면서 여기에 안주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 목표한 바를 꼭 실행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당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한 노력에 다 같이 협력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박진 의원은 “경위와 정치적 논란을 떠나 우리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영어의 몸이 되신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아직 우리당은 국민 앞에 명백한 사과를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와 책임 없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라며 김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지지했다. 당 사무처노동조합도 사과 찬성에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여하튼 지금 국민의 힘 현주소가 어떤 상황인가. 네 번의 전국 선거에서 내리 참패를 하고 당내엔 변변한 대선 주자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민심의 외면을 받고 있지 않은가. 여전히 젊은이에게는 외면당하는 ‘비호감’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절박한 상황에서 당내 세력다툼을 벌이면 어떻게 환골탈태를 하겠다는 것인가. 실익도 없는 볼썽사나운 싸움에 국민은 진저리가 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