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 골목에서
포철공고 출신 맹문재 시인의 시집 ‘사북 골목에서’가 푸른사상 시선 135로 출간됐다.

사북항쟁 4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집이다.

광산촌에서 살아가는 광부들과 그의 가족 및 이웃들의 삶을 체험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탄광 노동으로 힘들게 살아온 광부들을 향한 웅숭깊은 애정과 깊은 연대로 역사 속에 매몰된 광부의 존재를 새롭게 조명하며 그들의 치열한 투쟁을 되살려내고 있다.

‘지난날의 항쟁을 지도 삼아/길을 알려주는 토민(土民)을 만나기도 하지만/작업복을 입은 아버지가 없기에/골목은 추상적이다

폭죽처럼 터지는 카지노의 불빛도/골목을 밝혀주지 못한다

폴짝폴짝 탄 먼지를 일으키며 걸어가던 아이들/사택 문을 열고 나오던 해진 옷 같은 아이들

나는 그 골목에서 아버지가 끓여주는 김치찌개를 먹으며/입갱하는 광차를/석탄이 달라붙은 도랑물을/‘우리는 산업역군 보람에 산다’는 표어를/낯설게 바라보았다마지막 방문이라고 다짐하고/골목 끝에서 뒤돌아보았을 때/아버지는 개집처럼 서 있었다’(사북 골목에서”

시인은 말한다.

“광산촌을 제재로 한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묶는다. 오래전부터 내고 싶었는데, 내가 광부가 아니기에 선뜻 실행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사북항쟁 40년이 되는 해여서 용기를 내었다. 농부였던 아버지께서 한때 사북에 계셨다.

중고등학교 방학 때 몇 번 찾아뵌 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새카만 장화며 도랑물이며 질척이는 골목을 잊지 못한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사북을 비롯해 태백, 삼척, 문경, 화순……광산촌에서 살아온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하늘에 계신 아버님께 부족한 시집을 올린다.”

맹문재 시인은 196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1991년 ‘문학정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노동 열사들을 추모한 ‘기룬 어린 양들’을 비롯해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책이 무거운 이유’,‘사과를 내밀다’등이 있다. 전태일문학상, 윤상원문학상, 고산문학상을 받았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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